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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함영주, 역경에도 흔들림 없는 ‘로열티(loyal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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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20. 03. 20. 06:00

김지수
▲경제부 김지수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지난 18일 하나금융지주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 총 1억 2200만원이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함 부회장의 보유 주식은 기존 5132주에서 새로 매입한 5000주를 더해 1만 132주로 늘어났다.

이번 함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금융권에선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급락하는 국제 유가 등으로 코스피 1500선이 무너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데다 은행주들이 연일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는 상황에서 이뤄진 주식 매입이기 때문이다.

주가 부양 차원에서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 역시 함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경영진으로서 주가 부양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함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는 최근 하나금융에 부는 온갖 풍파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중이다. 그는 하나은행 채용비리 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고 이달 27일에도 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에 더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은 상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그였지만, 중징계를 수용하게 되면 회장에 도전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함 부회장은 자사주를 1억원 넘게 매입한 것은 하나금융그룹에 대한 깊은 로열티(loyalty)를 과시한 것이다. 함 부회장은 조만간 DLF 중징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그가 행정소송을 통해 법적인 판단을 다시 한 번 받아보는 쪽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경영인으로서 금융당국의 제재에 역행하는 선택을 하는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함 부회장은 최근 외부활동을 삼가며 장고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함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자신이 여전히 하나금융에서 해야 할 역할이 많이 남아있음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다. 함 부회장의 다음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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