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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로나19를 넘어선 ‘투표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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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기자

승인 : 2020. 04. 16. 06:00

이주형
이주형 사회부 사건팀 기자
21대 총선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로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사전투표율은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체 투표율도 16년 만에 60%를 넘어섰다.

선거 당일 혼잡한 투표장에서의 감염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분산 투표’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국민들이 결전의 날, 당일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15일 아침 5시30분, 서울 동작구의 한 투표소는 문이 열리기 30분 전이었음에도 이미 유권자들이 긴 행렬을 이뤘다. 이들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이전 선거보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대부분 불만없이 협조했다.

이 투표소에 가장 먼저 도착해 첫 번째로 투표를 한 유권자는 시내버스 운전기사 김용식씨였다. “일어나기 힘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꼭 투표하겠다고 다짐했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기뻐하는 그의 모습은 코로나19에도 굴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책무를 수행하려는 국민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해외 여러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투표 의지는 빛나고 있다. 이미 미국은 15개 이상의 주에서 대선 경선을 미뤘고, 프랑스도 지방선거를 연기했다. 외신들은 우리나라의 총선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도 이들을 방해하진 못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선거가 국내 재확산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현재로선 한국이 이번 팬데믹 속에 무엇이 가능한지를 또 한 번 증명하려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에서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진 이래 가장 큰 선거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의 바이러스 선거가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치켜 세웠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에도 성공적으로 총선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도 신성한 나의 권리를 대신해 주지 않는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동요한 바가 크다. 길어지고 있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인의 선거참여 의지는 전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부활절’과 ‘총선’이라는 두 개의 벽을 넘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종식을 맞이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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