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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생존이 화두가 된 미증유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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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승인 : 2020. 09. 15. 06:00

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벌써 8개월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 말부터 지금까지 유통업계는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호텔·면세·뷰티·패션 업계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코로나19는 싫지만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생존’이라는 말을 빼놓고는 현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어졌다.

지금은 ‘누가 잘되고 못되고’의 문제가 아닌 ‘누가 더 안 좋고 덜 안 좋은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선택지가 있을 뿐이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는 소비패턴이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82를 나타내며 2분기(66)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경기가 좋을 것으로 판단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자신들의 사업을 재정비하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있고, 기존에 하지 않던 사업분야로의 진출에 매진하고 있다. 말 그대로 돈이 나올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태세다.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않지만 가만히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라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시장에서는 유통시스템의 급변을 예상했었다. 지금도 그 전망은 유효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이런 시스템의 변화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미 업계의 방향성은 정해졌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기존 콘텐츠와 차별화된 참신한 내용으로 소비자를 공략해야 한다는 답지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불안감을 좀처럼 떨치지 못하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소상공인·중소기업 등과 상생할 방안을 모색하고 다 같이 살자는 취지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 법안들을 내놓으며 업계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듯하다.

상대방을 죽이면 함께 죽는다는 의미인 공명지조(共命之鳥)라는 말처럼 지금은 누구를 죽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는 기업과 기업, 소상공인과 대기업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정치권과 기업 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유통업은 내수시장에서 자금이 얼마나 활발하게 돌아가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다. 이런 지표를 살리기 위한 정부·정치권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모두가 의지하고 생존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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