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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의사당 사태로 재조명되는 ‘다인종’ 미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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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01. 12. 15:45

정재호 사진 얼굴
경제용어 가운데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것이 있다. 확증편향은 인간의 심리적 행동을 경제학 관점에서 보는 행동경제학 이론 중 하나다. ‘자기 가치관·신념·판단과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는 무시하는 사고방식’ 즉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현상을 일컫는다. 믿는 것만 믿다 보니 ‘정보 왜곡’을 피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퇴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미국 의회의사당 난입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1일(한국시간) 의회 경찰 한 명이 추가로 숨을 거두면서 사망자만 6명으로 늘어나는 등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할 만큼 이번 사태 원인이 정치·인종 등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고질적 병폐와 직결돼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미국 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진보-보수, 백인-흑인 진영이 나뉘어 대립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흑인 운동가들로 대표되는 진보 진영은 의사당 난입 사태를 놓고 공권력의 대응이 지난해 미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이른바 ‘블랙라이브스매터(BLM·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때와는 달리 유약했다며 경찰의 이중잣대를 비난한다. 흑인 탄압과 처벌에는 강경했던 경찰들이 의사당에 난입한 백인들에게는 오히려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반면 보수 진영은 사태를 폭력에만 집중해 몰고 가는 주류 언론의 행태에 강한 불만을 쏟아낸다. BLM 집회 때 많은 폭력과 약탈이 있었음에도 그 폭력성이 지금처럼 부각되지 않았다는 논리다. 이들은 언론이 시위를 ‘테러리즘·쿠데타·반란’으로 규정하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이런 논란은 미국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분열된 사회이고 인종 간의 신뢰가 무너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튜브 등 SNS가 발달하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정보가 넘쳐날수록 편향성은 더욱 극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따져 보면 그 근본에 확증편향이 자리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이들에게 소통이라는 가교가 끊어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12일 공개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주제 ‘하나가 된 미국(America united)‘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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