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눈] 관료주의와 혁신
    '관료제'(Bureaucracy)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약 2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관료제는 '혁신'에 가까웠다. 특정 계층, 특권에 의해 좌우되는 행정 시스템이 아닌 전문적·위계적 조직체계를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란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효율성 대신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관료제는 점점 '관료주의'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관료제 시스템이 기업에 접목된 건 20세기 초다. 고도 성장기에..

  • [기자의눈] 차별금지법 교회만의 일 아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교회만의 문제일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인식이 컸으나 이제는 서서히 바뀌는 것 같다. 지난 10월 27일 서울 도심서 열린 연합예배에는 경찰 추산 23만명이 모였다. 보수적으로 집계하는 경찰 추산 인원이란 점을 감안해도 근래 열린 집회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셈이다. 몇몇 대형교회가 인원을 동원한다고 해도 이 정도 숫자를 모으는 것은 어렵다. 이는 개신교인 다수가 연합예배의 취지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고..

  • [기자의눈] 외면해선 안 되는 배려와 강요해선 안 되는 태도
    얼마 전 겪은 사소한 일상 얘기다. 시내버스 좌석에 앉아 가고 있는데 한 여성이 내 주변에 다가와 섰다.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었겠지만 그 여성의 가방에 달린 분홍색 배지를 보고서 임산부인 것을 알아채자마자 나도 모르게 일어섰다. "여기 앉으세요." 배려심이 몸에 배어버린 문화시민이라는 자의식에 도취되려는 그 순간 예상을 벗어난 상대의 반응에 불편해졌다.그 여성은 아무 말 없이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난 그 옆에 선 채 어쩌면..

  • [기자의눈] 두 번째 정년연장 논의,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소속 공무직 근로자들의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한데 이어 대구광역시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공무직에 65세 정년 연장 규정을 적용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 다른 정부부처 및 지자체 공무직을 비롯해 공무원까지 정년연장 요구에 나서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민간 기업도 정년 연장 논의에 동참할 지 주목된다. 정부가..

  • [기자의눈] 500원만 올려도 욕먹는 식품업계…"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최근 제품 가격을 인상한 식음료업계의 하소연이다. 업계가 음료수·라면·과자·치킨 등의 가격을 올릴 때마다 "다신 구매하지 않겠다" "회사가 배가 불렀다" "소비자들을 봉으로 안다" 등의 비난이 뒤따른다. 온라인에선 '오직 돈만 밝힌 기업'으로 낙인까지 찍힌 상태다.업계가 제품 가격을 올릴 때마다 이유를 밝히지만 소용없다. 소비자들에겐 제품 가격을 올린 기업만 있을 뿐이다. 재료 가격이 내릴 때 가격 인하를 최대한 버티는 반면,..
  • [기자의눈] 지방은행과의 '상생'은 어디로…지역 금고 노리는 시중은행
    최근 지자체 금고지기 자리를 둔 은행들의 각축전이 치열한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까지 집중되며 뜨거운 감자가 됐다. 주요 시중은행이 서울 및 수도권 금고지기에서 나아가 그간 지방은행의 텃밭으로 인식됐던 지방 지자체 금고까지 넘보기 시작한 까닭이다.지자체 금고는 저원가성 예금을 대규모로 유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영업망 확장까지 가능하다. 한 예로 직원들의 급여 이체는 물론 기타 부수 거래 등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잠재 고객을 확..
  • [기자의눈] 흡연 청소년들 이제는 마약…전담 컨트롤 타워 필요
    "차라리 담배나 피우면 다행이죠. 요즘은 중학생들도 걸리지 않아 그렇지 한 학급에서 한명은 마약을 해봤을 거라고 합니다."10대 자녀를 두 명 뒀다는 택시기사 A씨의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는 최근 손님으로 태운 학생들이 마약 운반을 한 이야기를 겁도 없이 뒷좌석에서 실컷 떠들더니, 내릴 때 5만원짜리 현금을 주고서는 "잔돈은 기사님 가지세요"라고 했다며 혀를 찼다.청소년 마약이 심각하다는 기사는 수차례 봤지만 '학급에서 한 명'이라는 게..

  • [기자의눈] SNS 활발했던 문재인, 딸 다혜씨 ‘음주운전·불법숙박업’ 등엔 입꾹닫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음주운전 혐의에 이어 제주에서 불법 숙박업을 운영해 온 정황이 포착됐다. 평소 SNS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문 전 대통령이 이번 딸 다혜 씨 사건과 관련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이른바 '입꾹닫'을 실행 중이다.그러나 침묵을 유지해 온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SNS 활동을 재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담은 이 책을..

  • [기자의눈] 불신 키우는 '아니면 말고 식' 부동산 정책
    "결혼식 일정에 맞춰 디딤돌대출을 활용해 신혼집을 구하려고 했는데, 지금이라도 당장 동거 준비를 해야 하나 고민입니다."내년 3월 결혼을 앞둔 지인의 하소연이다. 최근 정부가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해 시행 중인 디딤돌대출 한도를 축소시키겠다는 입장을 갑작스레 밝히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지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에 문의했더니, 디딤돌대출 '막차'를 타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대출 심사기간이 기존 최대 1개..

  • [기자의 눈] 꼴불견이 된 어른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협회장이 스타를 인격적으로 저격하고 왕따시키고선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냐.""제가 뭘 왕따시켰습니까." "요번 덴마크에 가서도 선배들이나 코치진한테 인사 안 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에 오간 대화 중 일부다. 이날 양 의원과 다른 의..

  • [기자의눈] 한 아이 키우려면 온 마을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어린아이 시절이 있었고, 언젠가 어린아이의 엄마 아빠가 될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세계 어디를 가도 아동학대와 폭행이 정당화되는 곳은 없다.아동권리보장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벌어진 아동학대 신고건은 2만5739건이었다. 이 중 원가정으로 돌아간 사례 중 3365건은 가정 내에서 또 다시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기본적으로 아동 관련한 학대나 사고는 신고 건수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 [기자의눈] 경찰, 비위 문제 해결해 국민 신뢰 부합해야
    "안전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경찰이 앞장서겠다."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21일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국민이 바라는 바이지만 조 청장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를 예방·수사해 공공 안전과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조직된 경찰이 최근 자신들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오히려 법과 윤리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간부들의 비위가 줄줄이 알려지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 [기자의눈] 기업사냥꾼? 백기사? 사모펀드의 두 얼굴
    자금을 쥔 사모펀드가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사례는 이제 대한민국 재계에서 비교적 익숙하다. 이들은 회사가 필요할 때 자금을 대주는 '백기사'가 될 수도, 회사를 담보로 잡고 자본적 이익을 꾀하는 '사냥꾼'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모펀드의 '두 얼굴'을 최근 고려아연 사태에서 여실히 목격할 수 있었다.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그동안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제조업계에서는 알짜로 알려져 왔다. 기술적으로도, 시..
  • [기자의눈] 유류세 인하 종료…이젠 결단을 내려야
    지난 2021년 11월 처음 시행된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이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말 일몰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또다시 연장될 경우 벌써 12번째다.사실 세법상 유류세란 용어는 없다. 정부가 인하하고 있는 유류세는 정확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가 붙기 때문에 뭉뚱그려 유류세로 부르고 있다.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 이른바 유류세는 탄력세율을 조정해 휘발유에 리터(ℓ)당 656원, 경유..

  • [기자의눈] 野, '기승전 특검' 외칠 때가 아니라 민생 챙겨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일 상설특검 특별검사 수사요구안을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설특검 추진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잇달아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대안으로 나온 것이다. 상설특검은 이미 제정된 법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즉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현재 민주당은 추진하고 있는 특검은 크게 두 가지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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