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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삼성생명 중심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 재편…이재용의 지배력은

④ 삼성생명 중심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 재편…이재용의 지배력은

기사승인 2020. 05.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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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 삼성', 왜 강한가]
JY→생명→화재 등 지배구조 단순화
대국민 사과로 금융지주사 설립 요원
ㅅㅅ
이재용뉴삼성
2014년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시기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입원한 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다. 그룹의 경영권 바통을 갑자기 이어받은 그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비주력 사업인 방산 부문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뒤 화학 부문도 롯데그룹과 빅딜을 진행하기에 앞서 이뤄진 주식 매입이었다. 즉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자·바이오와 함께 금융을 3대 축으로 세웠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셈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기 시작한 뒤부터 삼성그룹 전반으로 줄곧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금융 부문도 ‘시계 제로’인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연결고리가 아직 약한 상태에서 최근엔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까지 했기 때문에 현재의 지배구조를 섣불리 바꾸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바꿔 말하면 그동안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율 0.06%(삼성화재 지분율은 0.09%)만으로 금융부문에서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실력으로 보여준 리더십 덕분이라는 얘기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영위 중인 보험업은 저성장·저금리·고령화 등의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쳤다. 이 부회장의 새로운 해법으로 금융업 장악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8년 5월부터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받으면서 적은 지분율로도 그룹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의 다수 지분을 보유하면서 사업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사람이다. 이전까지는 이 회장이 동일인 지위를 유지해오다가 2014년 와병으로 입원한 후부터 이 부회장이 직접 경영 현안을 챙기면서 공식적으로 경영권 보유를 확인받은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20.8% 지분을 보유한 이 회장이지만, 0.06%에 불과한 지분율로 이 부회장이 사실상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이다. 삼성생명의 2대주주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다.

6년 전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분율은 여전히 각각 1%도 채 안된다. 더 이상의 직접적인 추가 매입은 없었다. 금융 계열사 가운데 주주 명부에 이 부회장의 이름이 찍힌 곳은 현재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은 한동안 매각설에 시달리며 영업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사업을 재편하는 결단력을 보여줬다. 삼성생명의 조 단위 자금이 일시불로 투입돼야 했기에 이 부회장의 ‘통 큰’ 결정 없이는 이뤄지기 힘든 자사주 매입이었다. 이 결단으로 관련 매각설은 단숨에 잠재워졌다. 동시에 복잡하게 얽힌 금융계열사 간 지분 구조를 단순화시켰다.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간 경영권과 관계없는 소수지분들도 정리됐다.

이 부회장→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 등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지배구조를 갖추면서 수년간 삼성그룹 표 금융지주사 설립이 기대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1차적으로 금융지주사가 비금융사 주식 보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법 때문에 삼성생명이 쥐고 있는 10조원대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가 가로막힌다. 이 부회장의 지배력 약화 가능성도 걸림돌이었다.

여기에 최근 경영권 승계 관련 문제로 대국민 사과까지 한 마당에 섣불리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순 없게 됐다. 정통으로 이 회장의 보유 주식 전량을 이 부회장이 상속받는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기업가치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증여세만 수조원대가 필요하다. 이 부회장 개인 사재로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상속받을 주식의 절반으로 대납한다면 그룹 지배력이 더욱 약해져 아예 잃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국민 사과로 삼성그룹의 인위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나 지주회사 설립 등도 중장기 과제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로 연결될 수 있어 그룹 주요 계열사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는 당분간 이대로 유지하면서도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방법은 뛰어난 사업 수완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개편된 지배구조상 삼성생명은 이미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전자 사업에 집중하는 동안 금융 계열사들은 삼성생명 내에 각 사 경영진들을 중심으로 금융경쟁력제고TF를 꾸린 바 있다.

현재 금융산업을 포함한 전 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속한 보험업은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 도입과 맞물려 국내 보험사들 대부분이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내외 위기를 1등 금융사들은 어떻게 헤쳐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 평소 근심해왔던 삼성의 현상유지가 아니라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묘수가 금융 계열사들에게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금융업 자체가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만큼 삼성 스스로도 해결할 수 없는 규제도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 금융산업은 가장 큰 산업인 반면 국내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삼성 스스로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내부적으로 노력해야겠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규제 당국의 지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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