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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80년 만에 ‘무노조경영’ 폐기…노조상생으로 경쟁력 제고

삼성 80년 만에 ‘무노조경영’ 폐기…노조상생으로 경쟁력 제고

기사승인 2020. 06.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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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삼성', 왜 강한가]
전체 61개 계열사 중 12개 노조 설립
삼성디스플레이, 대국민 사과 후 첫 임단협 진행
"글로벌 경쟁업체와 비교해 경쟁력 훼손" 우려도
한국노총에서 삼성화재 노동조합 출범선언<YONHAP NO-3968>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6일 ‘대국민사과’에서 무노조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 노조 설립과 활동이 더욱 탄력이 붙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삼성화재 노동조합 출범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이재용 시리즈 문패 진짜
“삼성에서 더는 ‘무노조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지난달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삼성이 달라지고 있다. 80여 년간 이어온 삼성의 무노조경영 원칙이 총수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폐기되면서 노조 설립은 더욱 탄력이 붙고 있다. 현재 민조노총·한국노총 등 상급단체 소속 노조가 설립된 삼성의 계열사는 12곳이다. 전체 계열사 61곳 중 20%에 해당한다.

지난 2월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폐기 후 첫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조합연맹에 소속된 삼성생명 노조 외에 기업별 노조인 삼성생명직원 노조를 설립하며 복수노조 체제를 시작했다. 변화는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하지만 삼성에 노조체제가 정착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자칫 ‘노조리스크’에 휩싸이면 노조가 없는 애플·구글 등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교해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SDI·삼성엔지니어링·삼성에스원 등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이며, 삼성화재·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삼성디스플레이 등은 한국노총 소속 노조를 설립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웰스토리에는 2개 이상의 복수 노조가 설립돼 있다. 올 들어서만 삼성화재·삼성디스플레이·삼성생명 등 3곳에 노조가 설립됐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1938년 창립 이후부터 고수해온 원칙이다.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근로 환경을 조성해 전 임직원이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지를 후대 경영진이 이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경영체제에 들어서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전격 구속되면서 시민단체와 국민 여론에 떠밀리듯 노조설립이 이뤄지게 됐다. 노종자들의 투쟁의 산물이 아니라 외압에 의해 산물인 셈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IT기업이나 금융, 최첨단사업에는 노조가 활발한 곳이 없다”면서 “(삼성의 노조설립은) 친노조 정권에서 가한 사회적 압력으로 올바른 경영적 선택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노조와 관련해 전향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1년 가까이 철탑농성을 이어온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지난달 28일 사과와 함께 합의를 이뤘고, 삼성그룹 20여 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지난 1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삼성 사장단이 외부 인사를 초청해 강의를 들은 것은 3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어 4일에는 삼성 7개 계열사가 준법경영 실천방안을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 제출하는 등 노사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사실은 ‘만시지탄’이다. 이미 했어야 할 일은 이제야 시작한 것일 뿐”이라면서 “노동3권 보장 등은 그동안의 잘못의 10분의 1 정도의 사과와 반성일 뿐 앞으로 노동자들과 협력사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조활동과 노조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일지에 따라 10분의 9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노조가 강성 노조의 대명사로 자리한 완성차 노사 관계의 구태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삼성의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무노조 경영이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력 부문인 반도체 산업은 중국과 대만의 추격이 거세지는 데다 스마트폰·가전 부문 또한 코로나19로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노조가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보다 단기적인 이익을 최우선에 둔다면 글로벌 경쟁사에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의 임단협이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라면서 “삼성이 무노조 경영에 첫발을 내민 만큼 선진국형 노사 관계를 구축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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