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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니아, 야구 경영론’ 펼친 조현준 효성 회장…그는 누구인가?

‘스포츠 마니아, 야구 경영론’ 펼친 조현준 효성 회장…그는 누구인가?

기사승인 2020. 12.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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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 꿈꿨던 '스포츠 마니아'
"야구 경기와 기업경영은 닮은 꼴"
페어플레이·끈끈한 팀 워크 강조
스판덱스 세계 점유율 11년쨰 1위
브랜드명 따온 사내 야구단 창설
'직접 사람 만나 눈 보며 교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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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4년이 지났다. 올해로 54주년을 맞은 효성은 지주사 전환 성공과 함께 수소경제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 회장은 취임 3년차에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은 물론 2022년 단일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건립을 위해 3000억원 투자도 단행했다. 코로나19로 세계적인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 회장은 선대회장과 명예회장에 배운대로 과감한 투자와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가 정신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효성은 5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 순위 26위의 기업이다. 자산 총액은 13조5000억원으로 재계 1순위(삼성, 424조원)과 비교하면 한참 적을지 몰라도, 효성에는 ‘기술 중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한 DNA가 있다. 故조홍제 창업주는 ‘한국 산업계의 두 개의 별을 쏘아올린 사나이’로 불릴 정도로 삼성과 효성, 국내 굴지의 기업을 두 개나 창업해 키워낸 주인공이다. 이를 바탕으로 조 회장은 승부수를 걸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54년간 재계를 이끈 효성그룹의 면모를 살펴본다면 한국 산업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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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윤서영 기자 = “각자의 포지션에서 역할을 다해야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승패를 좌우하기도 하고, 역전의 기회가 기업 경영에도 있다.”

재계서 스포츠 매니아로 알려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야구 경영론’이다. 그는 미국 세인트폴 고교 유학시절, 당시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야구팀 주장을 맡으며 운동실력은 물론 외향적인 성격으로도 이름을 떨쳤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와 축구 등 구기 종목의 운동들을 섭렵해서인지, 페어플레이나 승부와 같은 선수의 자질은 이미 몸과 정신에 베어있는 듯 하다. 그는 야구도 경영과 같다고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되 반드시 승리하자’는게 그의 오랜 가치관이다.

조 회장은 할아버지인 故조홍제 창업주를 떠올리며 “어렸을 때, 나는 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할아버지께서 ‘언젠가는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큰 대우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선수는 수명이 짧으니 그 이후의 삶을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이후 나는 운동선수의 꿈은 접고 정치학을 전공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공계를 전공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조언대로 미래를 결정한 손자의 이 일화는 효성家의 교육철학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한 때 운동선수를 꿈꾸던 그는 미국 예일대와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일본 미쓰비시 상사, 모건스탠리를 거쳐 효성에 입사했다. 오랜 유학생활로 글로벌 네트워크도 상당하다. 그는 최근까지도 세인트폴 고교 이사장을 맡아 학교에 후원금을 전달하며 고교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취임 4년차인 조 회장은 올해 지주사 전환과 함께 캐피탈 등을 매각하며 내년도 수소 사업의 가속화를 위한 준비를 끝냈다. 수소 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효성의 주가도 덩달아 좋다. 그가 말한대로 경영자는 주가로 평가를 받는다고 하면 현재까지 그의 점수는 ‘A’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형제의 난’을 일으킨 동생 조현문씨와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최근 조 회장은 횡령혐의로 재판부로부터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며 향후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아버지인 조 명예회장의 건강악화로 인해 가족간 화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선대서부터 보고 배운 사업가의 자질
조 회장의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조 창업주다. 그가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은 교육 철학 뿐만이 아닌 회사를 경영하는 법과 경영자의 가치관, 글로벌 감각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비지니스 등으로 평소에도 선대회장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한다. 선대회장은 영어와 일본어를 배우도록 했는데, 그저 ‘잘하는 정도’가 아닌 완벽에 가까운 수준의 언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영어와 일본어에 이어 이탈리아어까지 3개 국어를 한다. 이는 선대회장이 “니 아버지가 일본어하고 영어를 잘 하니까 너는 그보다 하나 더 잘해야지”라고 한 덕분이다. 글로벌 감각을 위해 아침마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스저널, 니혼제이자이신문 등 10여개의 신문을 읽는 것도 그의 습관 중 하나다. 책도 좋아하지만 주로 해외 저널을 많이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선대회장이 무언가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한다며 강조한 탓에 조 회장은 야구를 할 때도 선수나 주장으로, 와인을 즐기기 위해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는 등 전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앞서 선대회장은 삼성물산을 키우면서 ‘사람은 직접 만나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직접 사람을 만나 손을 잡고, 눈을 보며 교감해야 한다는게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었다. 조 회장도 이를 그대로 배웠다. 지난 2013년 조 회장은 인도네시아 최대 기업인 자룸그룹 회장의 삼남이자 BCA민영은행의 부행장을 직접 만나 사업협력을 강화했다. 이에 효성의 금융전문화기기 계열사인 노틸러스효성은 인도네시아 자동금융기기(ATM)시장에서 연간 판매량 1위를 차지, 현재도 글로벌 수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조 회장이 아버지인 명예회장, 선대회장과 다른점도 있다. 바로 기술력에 대한 부분이다. 이공계 출신인 아버지와는 달리 정치학을 전공한 조 회장은 취임 쯤 임직원들에게 “나는 아버지만큼 기술에 대해선 모르니 여러분이 이야기를 많이 해달라”며 “대신에 나는 경영이나 정치, 글로벌적 경험과 감각을 보유한 만큼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해 종합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IT에 능통한 것으로 전해지며 핸드폰 메신저 등으로 쉽고 빠르게 보고받고 의사결정 속도도 빠르다.

◇스포츠의 달인이 된 조현준
조 회장은 어린시절 축구를 시작으로 고교 시절에는 야구팀 주장으로도 활동하며 운동 마니아로 알려졌다. 스키와 골프 실력도 수준급으로 전해진다.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야구로, 효성에 입사한 뒤에도 효성내 직장인 야구단을 직접 만들어 주말마다 연습과 경기에 참가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만든 야구단 이름은 ‘크레오라 야구단’으로 크레오라는 효성의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평가받는 스판덱스 브랜드다. 2010년 세계 시장 1위에 올라선 후 시장 점유율 40% 가까이 육박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 효성의 대표 섬유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은 크레오라 야구단에 한 달에 두 번씩은 반드시 참여해 연습과 게임을 했을 뿐 아니라 옷이나 야구용품 등 지원에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그가 운동을 잘하게 된 배경은 ‘언어’때문이었다. 그는 미국 세인트폴 고교에 입학할 당시 영어가 유창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소 부딪히며 현지의 언어를 빠르게 배우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언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야구는 향후 그의 경영 성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조 회장은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 싸인이 새겨진 야구 배트를 선물했다. 멕시코 대통령 또한 야구광으로 알려져있는 만큼 두 사람은 함께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며 사업 협력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효성티앤에스는 멕시코 정부의 ‘Rural ATM 프로젝트’에서 ATM을 전량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평소 상대방에게 선물을 즐겨하는 조 회장은,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먼저 파악한 후 그에 맞는 ‘통 큰 선물’을 한다. 선대회장과 명예회장으로부터 배운 사업가 정신을 자신의 가치관인 야구경영론과 접목시켜 성공한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효성家의 독특한 가족문화
효성의 가족 문화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효성은 장자 승계의 원칙이 뚜렷한 집안이기도 하지만, 절대 집안의 며느리나 딸을 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며느리나 딸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공부를 지속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우대했던 집안이었다.

일례로 선대회장은 ‘진정가장’이라는 신념을 확고하게 세웠는데 이는 가장으로서 맡은 책임을 진실되고 올바르게 하고 있는 사람인지 따져본다는 의미다. 가정이 제대로 서야 회사도 바로 설 수 있다는 신념이었는데, 선대회장은 실제 회사 직원 중 아내 외에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거나 첩을 얻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내치라고 임원들에게 주지하기도 했다. 선대회장은 물론 명예회장도 술과 여자를 멀리했으며 명예회장의 경우, 전경련 회장 시절 부부동반 모임에 반드시 부인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고 한다.

조 회장도 효성에 입사 이후 여성 직원에 대한 우대 정책을 펼쳐왔다. 임신한 여직원들에게는 파란색 직원 카드 대신 분홍색 카드를 줘서 엘리베이터 등 직장 생활내에서 다른 직원들로부터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직장내 어린이집은 물론 임산부 유연근무제도 실시 중이다. 또한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다녀왔다가 복귀한 직원에 대해서 절대 불합리한 부서에 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효성가에 뿌리깊에 박혀있는 여성우대 정신 때문이다. 선대회장은 며느리들에게도 운전을 배우라고 권유했다. 당시 여자들이 운전을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선대회장은 훗날 여자가 우대받는 세상이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에 맏며느리였던 송광자씨에겐 미술을 계속 배울 것을, 둘째 며느리에게는 영양학을 공부하도록 지원했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가족간 식사를 하는 시간을 갖곤 했는데 둘째 조현문씨가 일방적으로 형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2014년 이후로는 모임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법을 떠나 우리는 가족”이라며 언젠가 화해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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