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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뢰번 시는 어떻게 비둘기 개체수 조절에 성공했을까?

벨기에 뢰번 시는 어떻게 비둘기 개체수 조절에 성공했을까?

기사승인 2021. 01. 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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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비둘기 무리가 자동 배급기 주변으로 몰려들어 피임약 성분이 함유된 모이를 먹고 있는 모습./사진=미국의 조류퇴치용품사 버드배리어(Bird Barrier) 공식 홈페이지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언제부터인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배설물을 이곳저곳 뿌려대는 통에 비둘기는 유럽에서도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벨기에를 비롯해 많은 유럽 국가에서 버드 스파이크와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비둘기 퇴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개체수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비둘기와의 ‘공생’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최근 벨기에 대학도시 뢰번(Leuven)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비둘기 개체수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20일(현지시각) 현지언론 브뤼셀 타임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뢰번시는 조류용 경구 피임약으로 비둘기 퇴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8년 뢰번시는 비둘기 수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나자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포획·사살 대신 조류에 특화된 경구 피임약을 사용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비둘기 피임약 사용법은 간단하다. 비둘기가 선호하는 먹이에 피임약을 섞은 후 비둘기 출몰구역에 모이 자동배급기를 가져다 두면 끝이다.

뢰번시의 폐기물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토마스 반 오펀스 시의원에 따르면, 지난 1년 반 동안 뢰번 중심지에 있는 비둘기 출몰구역 중 4곳을 지정해 피임약 섞은 먹이를 배급한 결과, 해당 구역에서 비둘기 개체수가 57% 감소했다. 특히 비둘기가 많이 몰려드는 기차역에선 69%가 줄어들었다.

반 오펀스 의원은 이 캠페인의 목표는 비둘기 박멸이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며 피임약 배급구역의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비둘기 배설물이 확연히 줄면서 길거리 풍경이 달라졌다. 더불어 비둘기 배설물을 치우는 환경미화 인력도 부담을 덜게 되었다”고 말했다.

벨기에 동물보호단체 GAIA 역시 뢰번시의 캠페인을 지지하고 있다. GAIA는 2017년부터 야생동물 포획 및 중성화 수술 대신 피임약 사용을 권장해왔다. 조류 피임약 업체들에 의하면 비둘기 피임약은 비둘기뿐만 아니라 다른 새들에게도 무해하다. 해당 약의 유효성분인 ‘나이카바진’은 수십 년 동안 닭 콕시듐증(기생충 감염) 치료를 위해서 사용했을 정도로 안전성이 검증되어 있다. 따라서 비둘기 외 다른 새들이 피임약 섞은 모이를 먹거나 맹금류가 피임약 먹은 비둘기를 잡아먹었을 경우에도 부작용이 없다. 게다가 피임약 배급 구역을 떠나 먹이터를 옮길 경우에는 약효가 떨어져 다시 번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둘기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만은 않다.

야생보다 먹이가 풍부한 도심으로 몰려드는 비둘기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뢰번시처럼 귀중한 생명을 빼앗지 않고도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면 인간과 비둘기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비둘기를 더럽고 불결한 천덕꾸러기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할 수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중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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