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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성, 열린 묘사만큼 문란할까?

덴마크의 성, 열린 묘사만큼 문란할까?

기사승인 2021. 02. 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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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와 성행위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로 오히려 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열린 묘사와 담론은 건전하고 현실적인 성의식의 초석
축 늘어져 처진 중년 여배우의 가슴과 출산으로 처진 피부가 보이는 배. 제모하지 않아 털이 덥수룩한 여배우의 성기. 살짝 나온 맥주배 아래로 늘어진 음낭과 발기되지 않은 음경. 사실적으로 묘사된 옷 갈아입는 장면과 목욕을 하는 장면.

덴마크의 방송이나 영화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처음으로 이런 장면을 접하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사람의 나체나 성관계 등에 있어서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때문이다. 너무 적나라하게 그려내서 되려 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아 또 한번 놀라게 될 지도 모르겠다.

덴마크는 성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 서구권 국가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작년 한국의 여성가족부는 덴마크에서 1970년대에 발간된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번역해서 출간했다가 ‘여가부가 초등학교에 제공한, 동성애를 조장하고 성관계를 외설적으로 묘사하는 동화책을 전량 수거 및 배포 금지하여 주십시오’라는 국민 청원의 역풍을 맞고 배포한 책을 회수한 바도 있다.

사실 해당 서적은 모든 것은 자연스럽고 또 자유로워야 한다는 사상을 가진 히피 문화의 흐름 속에 출간된 것으로 오히려 현시대의 덴마크 부모들은 애들에게 읽어주기 적절하지 않은 서적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와 니즈를 고려하지 않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한 책이라고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덴마크의 방송이나 영화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나체와 성관계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그리는 것만은 사실이다. 덴마크 공영방송인 DR은 ‘나와 내 성기’라는 다큐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해당 다큐는 순전히 노출된 성기만을 촬영하면서 해당 회차의 출연자가 성기의 외양이나 성행위와 관련된 개인의 감정, 경험담 등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그러면 덴마크 사람들이 성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문란할까? 우선 간단하게 답부터 하자면 ‘아니올시다’이다. 성에 대한 묘사가 개방된 만큼 실제 성에 대한 생각이 열려있는 것이 오히려 문란하지 않은 성문화를 만들어내는데 기여를 했다고나 할까?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가면 이성친구를 사귀고 서로의 집에 가서 자고 오기 시작한다. 부모들은 자녀의 방에서 들릴 수 있는 소음을 피하고자 가급적 부모의 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녀의 방을 배치한다. 아이들은 성행위가 행위 중심의 쾌락 추구일뿐더러 그에 수반된 감정, 관계 등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부모와 학교는 성교육에 있어서 너무 과학적이거나 윤리적으로 접근하려 하지 않고, 아이들의 연애를 애들 불장난 같은 식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실제 고등학교 때 만난 인연으로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덴마크에 성범죄가 없다거나 왜곡된 성의식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를 봤을 때 건전하고 현실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남녀가 만나면 성관계가 수반되고,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커플이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같이 살고, 아이를 가지는 것이 당연한 사회. 성관계가 숨겨야 하는 일, 숨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닐 때 오히려 건강한 성의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 말라는 게 있을 수록 더 하고 싶고 더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 호박씨를 뒤로 까야 할 때 더 까게 되는 법이다.

우리나라와 덴마크와 비교한다면 어디가 더 문란한 걸까? 과연 성이라는 것을 문란하다, 아니다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자체가 필요한 걸까? 덴마크의 성에 대한 열린 문화와 건전한 성 의식을 느낄 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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