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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4억 원대 투자로 영주권 획득? 포르투갈 골든비자의 속사정

최소 4억 원대 투자로 영주권 획득? 포르투갈 골든비자의 속사정

기사승인 2021. 03. 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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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현재까지 약 8조 원 유치. 절반이 중국인
간편한 취득 절차, 청정한 기후, 저렴한 물가로 관심 늘어
투자이민은 철저한 사전 조사와 현지화 적응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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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공기와 저렴한 기후, 영어 소통이 가능한 나라로 소개되며 한국인에게도 포르투갈 투자이민이 알려지고있다./사진=김미경 리스본 통신원
4억~6억 원 대를 투자하면 5년 후 유럽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해외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포르투갈의 ‘골든비자’ 이야기다.

포르투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만큼 경제가 악화됐었다. 이 시기 정부는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하여 경제 회복을 도모했는데 이를 위해 시행한 정책 중 하나가 투자비자, 즉 골든비자이다.

현재 포르투갈 골든비자를 취득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50만 유로(약 6억 7000만 원) 이상 부동산 매입 △35만 유로(약 4억 7000만 원) 이상 재개발 지역 부동산 매입 △35만 유로 이상 펀드 투자 △100만 유로 이상 포르투갈 은행 예치 △1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등이 있다. 이 중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일정 기간 포르투갈에서 머물면 포르투갈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다는 것이 기본적인 개요다.

포르투갈 이민성(SEF)에 따르면 정부는 골든비자 프로그램을 시작한 2012년부터 올해 2월까지 60억 유로(약 8조 원) 가량을 유치했고 그 중 94%가 부동산 매입 조건으로 비자를 취득했다. 또한 영주권 취득 총 9544건 중 절반인 4837명이 중국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 투명성기구 포르투갈 지부(TI-PT)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2019년 11월까지 19명이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지만 포르투갈 골든비자에 대한 문의와 홍보는 온라인상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50만 유로 주택 투자 조건에서 리스본, 포르투, 알가르브가 내년 1월부터 제외되고 다른 조건의 최소 투자 금액도 인상된다는 포르투갈 정부의 개정안 발표가 떨어지자 올해 안으로 비자신청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비자 취득이 쉽고 미세먼지가 없으며 따뜻한 기후, 저렴한 물가, 영어 소통이 가능한 나라, 5년 후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다는 말로 이민 희망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포르투갈. 과연 실제 포르투갈 투자이민의 삶은 어떨까.

포르투갈 이주시기가 각기 다른 세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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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포르투갈에 이주한 리스보니따 부부는 포르투갈어 공부와 현지인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로 안정적인 포르투갈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은 동네 문화센터의 사진강좌 야외수업/사진=김미경 리스본 통신원
◇초미세먼지 없는 맑은 공기가 매력. 포르투갈어 구사와 현지인들과의 융합이 중요 (리스본 이주 4년 차. 40대 부부)

부부는 한국인 골든비자 1세대로서 2017년에 포르투갈로 이주했다. 한국에서 출판 평론가와 대학교수로 일하며 안정된 삶을 살던 부부가 이른 나이에 은퇴와 이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바로 초미세먼지로 인한 남편의 건강 악화. 병원에서도 치료가 힘들 정도로 남편의 면역력이 심하게 악화되자 부부는 공기 좋은 곳으로 해외 이민을 알아봤고 그렇게 포르투갈을 선택했다.

갑작스레 시작된 포르투갈 생활은 심적으로 녹록하지 않았다. 특히 현지 언어를 구사하지 못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불합리한 일을 겪게 된 것. 세무사·회계사를 비롯, 통신사·청소업체 등 여러 업체로부터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와 바가지요금을 청구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한국이었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사소한 일도 포르투갈에서는 언어의 장벽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남편의 건강을 위해 주저 없이 건너오긴 했지만, 한국에서 우대받던 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낯선 나라에서 현지 언어가 서툰 외국인으로 지내다 보니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었다고 부인은 밝혔다.

하지만 포르투갈 이주 4년째를 맞는 지금은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활발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계기는 외국인 이웃만 살던 처음의 동네를 떠나 이듬해 포르투갈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로 이사 간 것.

매일 인사를 주고받던 건물 청소부에게 말동무할 이웃 소개를 부탁했고, 그렇게 아랫집에 사는 포르투갈인 이웃을 소개받았다. 덕분에 근처에 사는 현지인 친구들을 하나 둘 알게 됐고 동네의 다양한 문화행사에도 참가하면서 든든한 이웃이자 둘도 없는 친구들이 생겨났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예전 같은 모임도 어렵고 포르투갈어도 여전히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만 이주 첫해와 비교하면 포르투갈 생활이 훨씬 편해지고 즐겁다고 한다. 무엇보다 포르투갈의 맑은 공기 덕에 남편의 건강도 많이 회복되어 만족스럽다고 한다.

최근 부부는 코로나19 이전까지 포르투갈 국내와 유럽 여행을 다닌 경험과 한국에서 출판 평론가로 일한 남편의 경험을 기반으로 ‘리스보니따(Lisbonita) 부부’라는 여행작가로 거듭났다. 한 나라 전체가 아닌 하나의 도시, 하나의 테마에 대해서 작지만 알찬 이야기를 써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인 골든비자로 초기에 정착한 리스보니따 부부는 현재 포르투갈 투자이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전했다.

① 골든비자 취득 후 5년 뒤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포르투갈의 행정처리가 많이 느려서 넉넉잡아 7년은 걸릴 수 있다.
② 이민업체가 보여주는 부동산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골든비자용으로 보여주는 물건과 현지에서 공시된 물건의 가격 차가 확연히 난다. 또한 업체에서 홍보하는 물건이 실제로는 현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물건인 경우도 있다.
③ 관광목적으로는 영어가 통하지만 막상 살아가려면 포르투갈어 공부가 필수적이다. 거주지를 정할 때는 외국인이 아닌 현지인이 사는 동네, 특히 금전적으로 여유 있고 동네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곳으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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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포르투갈에 이주한 최 씨 가족이 사는 동네, 한국에서 데려온 반려견과 산책중인 최씨의 자녀. 현재 최 씨 가족은 리스본에서 한국 식료품 가게를 운영중이다./사진=김미경 리스본 통신원
◇ 생활 물가는 착하지만 세금은 착하지 않은 나라 (신트라 이주 2년 차. 50대)

최 씨는 2017년에 현지답사를 마치고 2019년에 아내, 대학생 딸, 반려견과 함께 포르투갈에 이주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비자 신청 절차가 간편한데다 자연환경 좋고 현지인들이 친절하다는 점이 포르투갈의 큰 매력이었고 복지국가에 물가도 저렴해서 그저 살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하기에 생활비는 이주 당시 매입한 리스본 시내의 한 상가 임대료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실제 이주해 지내면서 관광 때는 느끼지 못한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매입한 상가의 월 임대료 수익이 세후 순 금액이 아닌 세금을 제하기 전 금액이었던 것. 당시 상담했던 이주업체로부터 6%가량의 수익이 나온다고 들었으나 재산세, 소득세와 같은 각종 세금과 월 관리비를 제하고 나니 수익은 4%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한국보다 비싼 주유소 기름값, 동네 관리비, 여러 업체의 비싼 청구 비용 등 예상했던 비용 보다 많은 비용이 나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가 임차인과의 계약에 예상치 못한 분쟁이 발생했는데 처음에 계약을 진행했던 포르투갈 부동산업체도 변호사도 외국인인 최 씨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지 못했다.

생각보다 높은 언어의 장벽과 외국인이라는 신분, 그리고 한국보다 느린 일처리 방식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최 씨 가족은 심기일전해서 다시 나아갔다. 바로 작년 말에 포르투갈 최초 한국 식료품 가게를 오픈한 것.

여전히 우여곡절을 겪고는 있지만 가족은 포르투갈의 생활방식에 익숙해지려고 맞춰나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다행인 점은 기관지가 안 좋았던 아내의 건강이 포르투갈의 맑은 공기로 인해 거의 완쾌됐고 조용하고 평온한 포르투갈 사회 덕에 마음도 편안해진다고.

최 씨는 포르투갈 투자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급해도 절대로 서두르지 말고 사전에 찬찬히 알아볼 것을 당부했다. 짧은 답사 기간에 모든 것을 정하려고 하지 말고 미리 스스로 찾아보고 따져봐야 한다. 특히 실제 지출되는 비용, 특히 세금의 경우는 한 달 살기나 여행만으로는 결코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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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말 포르투갈에 이주한 돈파파씨 가족. 이주업체의 도움은 최소화하고 직접 발로 뛰며 답사와 계약을 마쳤다./사진=김미경 리스본 통신원
◇사전 준비와 현지 네트워크로 이주업체 도움은 최소화. 포르투갈은 잠재력의 나라. (포르투 이주 5개월 차. 30대)

포르투갈 이주 5개월 째인 3인 가족이 있다. 이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나라 중 포르투갈을 선택한 것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이 없을 만큼 포르투갈의 가능성에 확신하고 있다.

2019년 초부터 해외 투자이민을 생각해왔던 김씨 부부는 같은 해 7월, 여름휴가 겸 답사로 포르투를 찾았다. 이주업체 도움 없이 스스로 현지 부동산과 학교를 둘러보고 일부러 포르투갈인이 운영하는 에어비앤비에서 머물며 직접 현지 정보를 습득했다. 그렇게 투자조건, 생활 환경적인 부분과 아이의 교육, 장래까지 고려했을 때 부부에게 포르투갈은 해외 투자이민 국가 후보 중 가성비 최고의 나라라고 판단됐다.

이후 2020년 1월 다시 직접 2차 답사를 마치고 10월에 포르투에 정식으로 이주했다. 현재 김씨는 돈파파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며 이른 나이에 은퇴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파이어족에 대한 책을 출간하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에어비앤비용 부동산을 2채 매입하여 내부 세팅을 준비 중이며 동시에 포르투 부동산 투자 컨설팅도 시작했다.

이주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적응해나가고 있을 수 있던 데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일찍이 현지 네트워크를 확장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바로 2019년 여름휴가로 포르투를 방문했을 때 만난 포르투갈인 에어비앤비 주인과의 인연으로 세무사, 건물 수리업자 등 합리적인 현지 전문가를 소개받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사전조사와 마음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서비스를 받는 데까지 절차가 한 번에 해결되지 않고 두세 번의 추가 과정이 필요한데다 배송 시스템도 한국과 달라서 생각보다 업무 처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 한국에 비해 먹거리가 다양하지 않은 점 등은 다소 불편하다고.

반면에 어린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며 한국에서보다 더 사람들로부터 호의와 배려를 받게 된 점 또한 예상하지 못했다.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이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에 대해 문제 삼기는커녕 흔쾌히 지지해 주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아직 이주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돈파파씨는 포르투갈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내비쳤다. “포르투갈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보다 더 큰 투자 가치와 가능성을 지닌 나라다. 잘 갖춰진 관광 인프라로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임대수입으로 살아갈 수 있고 유로화 통화가치 대비 부동산도 물가도 저렴한 편이라 투자수요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팬데믹으로 인해 작년 여행 때 느꼈던 북적이는 도시의 모습은 보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자녀 교육에 대해서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 스스로가 사고하고 깨달으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비롯 다른 유럽 언어도 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아이가 장차 자라서 다른 나라로 가서 공부, 취업, 사업차 살더라도 곤란한 일은 없으리라 본다. 포르투갈은 부모의 지출 가성비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가치 있고 가족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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