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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설산업의 목표와 미래

[칼럼] 건설산업의 목표와 미래

기사승인 2021. 05. 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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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우리의 일상이 달라졌다.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직장, 학업, 여가, 소비와 쇼핑, 의료 등 모든 일상 영역에서의 변화는 뚜렷하고 빠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문화적 또는 기술적 한계로 관심으로 끌지 못했던 재택근무는 이제 기업의 80%가 채택할 정도로 일반적인 근무 형태 중의 하나가 됐다.

또한, VR·AR 등 다양한 기술과 결합한 온라인 수업은 대면 수업의 대안이 아니라 미래 교육의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외에도 온라인 구매, 배달, 홈트레이닝, 원격의료 등 생활에 필요한 많은 서비스가 주택이라는 공간의 제약을 넘어 가능해졌다. 그런데,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촉발된 이와 같은 일상의 변화가 단순히 기술개발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산업의 미래를 바꾸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미래도 예외가 아니다.

건설산업의 본래 목적은 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정의된 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물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시설물의 본래 기능을 넘어서는 기능 확장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즉, 변화하는 사용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은 미래 건설 상품이 가져야 할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되었다.

주택을 예로 들어보자. 미래의 주택은 상술한 바와 같이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주거(dwelling) 기능 즉,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하고 의료서비스를 받으며 학업과 여가 활동이 가능한 복합적인 기능까지 담아내는 주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1인 가구 및 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 사용자의 물리적 특성이 달라졌다는 점도 미래 주택의 공간과 기능을 결정하는 데 간과해서는 안 되는 요인이다. 결국, 건설 상품으로서 주택은 편리하면서도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함은 물론이고 본래의 주택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사용자의 새로운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건설산업은 단순히 건물만 지으면 되는 산업이어서는 안 된다. 땅을 파고 건물을 짓는 것이 건설산업의 모든 책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을 넘어 오류다. 2004년 미국에서 시작된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은 물리적 공간이 인간의 감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고와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정의하고 있다. 신경건축학 개념이 적용된 캘리포니아의 솔크 연구원(Salk Institute)은 내부의 층고가 높고 중앙에 중정을 통해 자연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특징이 있는데, 여기서 일하는 연구자들이 다른 건물의 연구자보다 많은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례를 통해 건설산업의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그리고 생활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확인할 수 있다.

낮은 생산성으로 고통받는다고 오로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것만이 건설산업이 달성해야 할 미래의 목표가 아니다. 사회 환경의 변화로 사용자의 요구와 특성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일상이 변화한다면 건설 상품도 궤를 같이해야 한다. 사용자가 기능적으로 만족하고 정신적으로 편안함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건설산업이 지향해야 할 목표다. 쉽지 않은 목표이자 피할 수 없는 건설산업의 미래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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