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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죽비 맞은 부동산 정책… 시장 대응적 기능이 생명

[장용동 칼럼] 죽비 맞은 부동산 정책… 시장 대응적 기능이 생명

기사승인 2021. 05. 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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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연설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것은 정치적 이슈 등에 관한 관심이 컸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동산 문제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무려 24번의 정책발표에도 불구하고 집값, 전셋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내집 마련 사다리까지 무너진 참담한 현실을 벗어날 대안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장안정을 자신하며 “부동산 정책은 자신 있다”(2019년 11월),“급등한 집값을 되돌려 놓겠다”(2020년 1월)라는 그동안의 약속과 완전 딴판으로 시장이 전개된데다 이로 인해 4·7재보궐선거에서 참담한 여당 패배를 경험한 만큼 현 상황에 대한 참회와 새로운 대안에 대한 국민적 바램은 당연하기도 하다. 지난 4년간 서울 중산층 규모 아파트 가격이 무려 82%나 뛰어 오른 ‘미친 집값’에 일순간 자신도 모르게 ‘벼락 거지’로 변해버린 중산층, 급등한 집값과 전셋값 탓에 외곽으로 떠밀린 서민들, 내집마련을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꿈을 잃은 젊은이들의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세부적 정책은 아니더라도 시원한 정책구상을 내보일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번에도 그런 기대감은 역시나였다. 문 대통령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받았다”,“할 말이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부동산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물론 투기 금지와 실수요자 보호, 주택공급을 통한 시장안정이라는 정책 기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도 의미가 없는 게 아니다.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 세력을 지속적으로 배제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부동산 정책의 근간이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여기에 근간을 둔 부동산 정책을 4년 동안 시행했는데 집값, 전셋값이 폭등하고 자산 양극화는 심해졌으며 서민의 내집마련이 멀어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적은 주거비용과 손쉬운 내집 마련, 주거이전의 자유 등인 데 반해 이를 실현하기에 크게 역부족였다는 얘기다. 투기와 실수요자의 선을 긋기 어렵고 주택공급을 어디에 하느냐가 핵심이다. 이를 정치·이념적으로 재단해 잘못된 진단을 내리고 어설픈 포퓰리즘적 정책을 펼치다 보니 정책은 계속 꼬여만 간 것이다. 미리 결과를 정해놓고 원칙·법·제도만 만들어 놓으면 그대로 따라갈 것이라고 확신한 결과다. 주택공급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투기꾼 탓으로 몰아붙이고 유효수요가 있는 곳을 외면한 채 낡은 주택 보수와 외곽지 공급에만 몰두하며 민간보다 공공만을 앞세우려는 규제 중심 정책으로 대응, 결국 게도 구럭도 다 놓친 꼴이 된 것이다. 바로 원론적 신념의 되풀이가 아니라 애초 목표와 따로 노는 정책을 바로잡고 시장안정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전혀 없어 극히 유감이다.

이제부터라도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목표를 지양하되 실행방법을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공공중심의 주택정책을 버리고 다양한 주체들의 역할 분담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중심의 주택공급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서구나 공산·사회주의 국가에서 입증된 바 있다. 거주자 편익보다 공급자 중심의 건설과 운영, 이로 인한 과다 비용지출, 소비자 외면 등이 문제가 돼 결국 주택문제 해결보다 국가마다 애물단지가 돼 공공임대 매각 등으로 이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공은 취약계층, 임대, 주거 서비스 중심으로 핵심 역할을 줄여 이를 집중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게 우선이다.

이미 선진 서구 국가들이 시행하는 것처럼 공공의 저렴한 주거비용과 취약계층 주택 지원 등의 장점을 살리되 비효율성과 시장적 대응 미흡 등의 단점을 민간에서 보완하는 상호 협력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주택시장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이 고품질의 편리한 주택공급, 1~2인 소가구에 대응한 니즈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민간을 적극 활용하는게 옳다. 시장 대응적 기능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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