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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 르완다 방문해 집단 학살 책임 인정...“용서해주길”

마크롱 대통령, 르완다 방문해 집단 학살 책임 인정...“용서해주길”

기사승인 2021. 05. 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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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첫 르완다 방문
후투족과 투치족 사이에 일어난 집단 학살 사건 추모
France Macron
2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르완다 집단학살 사건 이후 27년 만에 르완다에 방문했다. /사진=AP통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르완다 집단학살 사건 이후 27년 만에 르완다와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현지매체 웨스트 프랑스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로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도착했다.

키갈리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은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의 환영을 받았으며 이후 프랑스 문화 센터와 집단 학살 추모관에서 연설했다. 추모관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르완다 국민들이 프랑스를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며 집단 학살 당시 프랑스의 책임을 인정했다.

2006년 개봉한 영화 <호텔 르완다>로도 잘 알려진 르완다 집단 학살 사건은 1994년 후투족과 투치족 사이에서 일어났다.

당시 르완다 대통령이었던 쥐베날 하비아리마나가 탄 여객기가 격추되자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후투족은 격추의 배후로 투치족을 지목했다. 그리고 눈엣 가시였던 투치족을 4월부터 7월까지 잔인한 방법으로 약 80만 명 가량 학살했다.

르완다 정부가 4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미 집단 학살 1년 전부터 후투족이 투치족을 학살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자국의 세력 확장을 위해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후투족에 병력과 물자를 지원했다.

집단 학살 사건 이후에도 프랑스는 관련 자료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르완다 정부는 책임 규명 조사를 진행하던 2006년 프랑스와 단교를 선언하기도 했다.

코트다무르 지역 국회의원인 에르베 베르빌도 이번 르완다 순방에 참여했다. 르완다 출신인 그는 “나는 프랑스와 르완다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마크롱 대통령으로부터 르완다 집단 학살 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대표 사절단으로 선정돼 르완다를 방문하기도 했다.

에르베 베르빌은 집단 학살을 겪은 투치족 출신으로 르완다 수도인 키갈리에서 태어났다. 집단 학살 사건으로 부모님을 잃은 그는 1994년 4월 프랑스 군인의 도움을 받아 르완다를 탈출했다. 이후 프랑스 플루두노에 있는 한 가정에 입양됐다. 그는 “르완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나에게 이번 순방은 정말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가 암묵적으로 르완다 집단 학살에 참여했다는 의혹 때문에 프랑스와 르완다의 관계는 27년 동안 껄끄러웠다. 이미 2010년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르완다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방문한 적 있다. 차기 대선에 나설 것이라 추측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이번이 첫 르완다 방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들의 연합체인 프랑코포니의 수장으로 르완다인인 루이스 무시키와보를 지명했다. 이처럼 프랑스 정부는 르완다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이번 마크롱 대통령의 르완다 방문은 프랑스와 르완다의 관계 개선뿐 아니라 경제적·문화적 등 다양한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르완다는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나라로 프랑스어·키냐루완다어·영어를 사용하며 총 인구는 2021년 기준 1327만명이다. 종족 구성은 집단 학살을 주도했던 후투족이 90%, 투치족이 9%, 트와족이 1%로 구성되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완다 키갈리 방문 이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거쳐 프랑스로 돌아올 예정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지역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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