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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후규제관리시스템 강화해야

[칼럼] 사후규제관리시스템 강화해야

기사승인 2021. 06. 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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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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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유정주 기업제도팀장.
우리나라 정부입법에 대한 규제관리시스템은 규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만 작동한다. 정부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법안을 만드는 경우 해당 부처가 자체적으로 규제영향평가를 하고 규제개혁위원회가 부처의 자체규제영향평가를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반면 규제가 만들어진 이후 즉, 규제가 시행된 이후 해당 규제의 실효성, 문제점 등을 평가하는 사후적인 규제관리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규제가 만들어진 이후 이를 관리하는 사후규제관리시스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후규제영향평가이다.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어 있지 않지만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후규제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한다. OECD로부터 규제사후영향평가의 모범 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호주에서는 장기적인 사후규제영향평가를 통해 평가등급이 낮은 규제는 폐지하고 있다.

이 외에 사후규제관리 제도로는 규제일몰제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규제시행 이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규제가 자동적으로 폐지되거나 규제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개선·폐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사후적인 규제관리시스템은 규제일몰제가 유일하다. 문제는 규제일몰제가 규제를 줄여보자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매우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5~2020년 동안 일몰이 설정되어 있는 9200건 중 실제로 폐지된 규제는 2.9%인 266건에 불과했다.

또한 규제 일몰이 도래하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존치여부를 결정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평가 없이 대다수 규제의 일몰기간이 재연장되고 있다. 한마디로 부실심사가 일상화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규제 일몰 기간의 연장이유, 논의내용은 같은 중요한 정보의 공개는 기대도 할 수도 없다.

지금의 일몰제가 오히려 규제 도입의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일몰을 전제로 규제를 쉽게 도입한 이후 사실상 존속기간을 계속 재연장하기도 하고 규제는 그대로 두고 일몰만 없애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일몰이 적용된 규제 9000여 건 중 20%가 넘는 1800여 개의 규제에 일몰적용을 폐지하여 규제를 상시화했다.

일몰을 전제로 도입했다가 규제존속 기간을 계속 연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가 대형마트에 대한 입지규제이다. 2010년 처음 대형마트 입지규제가 3년 한시로 도입되었으나 이후 3차례 연장을 통해 2025년까지 일몰이 연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통상마찰의 문제점이나 규제 도입의 취지인 골목상권의 활성화가 달성되었는지 여부를 제대로 평가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의 사후규제관리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단 일몰제라도 내실화해야 한다. 모든 규제는 일몰을 전제로 도입하도록 하고 일몰기간이 돌아오면 원칙적으로 폐지토록 해야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 규제를 도입하도록 하는 등 획기적인 내실화 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몰제가 제대로 정착한 이후 호주와 같은 규제사후영향평가를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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