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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美소비자물가지수 예상치 상회…이번엔 왜 주가 반응 다를까

[취재뒷담화] 美소비자물가지수 예상치 상회…이번엔 왜 주가 반응 다를까

기사승인 2021. 06. 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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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경제부 김지수 기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두 달 연속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초보 ‘서학 개미’들은 조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4월과 5월 모두 소비자물가지수가 올랐지만, 전달엔 주가 급락으로 증시가 크게 흔들렸던 반면 이달엔 오히려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까요?

지난달 12일(미국시간), 개장 전 4월 미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자 뉴욕증시는 폭락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2% 급등, 시장의 예상상승률(3.6% 상승)을 훌쩍 웃돌며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나스닥 지수는 매물폭탄이 쏟아지며 이날 하루만 3% 가까이 내렸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1.99%, S&P500 지수도 2.14% 큰 폭 하락하며 흔들렸습니다. 그 여파로 다음날 코스피도 하락폭을 키우며 내림세로 마감했었죠. 한 달 뒤인 이달 10일(미국시간), 이번엔 5월 미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 상승했습니다. 시장 전망치(4.7% 상승)를 웃돌았고, 상승률이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 반응은 전혀 달랐는데요, 이날 S&P500지수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전장보다 각각 0.6%, 0.78% 오르며 마감했습니다.

불과 한 달 차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시장의 각기 다른 반응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엔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테이퍼링(미 연준이 시장 유동성 공급을 줄여나가기 위해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것)에 나설 명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죠. 테이퍼링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충분히 거둬들이고 나면 기준금리 인상이 따라오게 됩니다. 금리인상은 위험자산인 주식,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엔 악재죠. 지난달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이 더 크게 흔들린 이유입니다.

하지만 5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후엔 채권시장이 테이퍼링까지는 아직은 먼 것 같다는 쪽에 힘을 실었습니다. 대표적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51% 하락한 1.437%로 마감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것이지요. 미 국채 선물에 반영된 기준금리의 연말 인상 가능성도 한 달 전엔 10%였지만 지난 10일에는 2.8%로 낮아졌습니다. 연준은 지금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며 하반기로 갈수록 그 상승률이 약해질 것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펴고 있는데, 이제는 시장도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로는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상승폭을 줄인 것도 이같은 ‘정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 항목은 중고차 가격, 항공료, 자동차 렌탈 등 경제 재개와 관련된 항목들의 물가 급등이 주된 원인인데 이 영향이 점차 소멸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5월 물가 정점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 소비자물가지수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무조건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이네요. 다만 전문가들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음 달 나올 6월 소비자물가지수라는 견해입니다.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한 만큼 오히려 다음 달 나올 지수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가 향후 방향성을 가늠하는데 중요하다는 의견입니다. 과연 다음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서학개미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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