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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공존의 비빔밥

[아투 유머펀치] 공존의 비빔밥

기사승인 2021. 06. 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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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황산벌’에서 사투리를 빼면 도무지 영화의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신라군은 경상도 사투리, 백제군은 전라도 사투리, 고구려군은 황해도 사투리로 떠들며 전투를 한다. 사투리 때문에 백제군 첩자가 들통나고, 백제군 기밀을 염탐해 간 신라군이 ‘거시기’의 의미 해석에 고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백제의 계백 장군이 최후의 일전을 독려하는 비장한 외침도 ‘거시기 해불자’였다.

그래서 사투리가 없는 영화 ‘황산벌’은 한 가지 나물로 만든 비빔밥처럼 맛과 멋이 없을 뻔했다. 사투리는 문학에서도 필수 요소이다. 사투리를 써야 그 지역 사람들의 고유한 삶의 정서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 장윤정의 히트곡 ‘어머나’의 노랫말 ‘이러지 마세요’를 각 지방 사투리로 옮겨보면, ‘이르지 말랑께’(전라도) ‘이러지 마셔유’(충청도) ‘이라지 말라카이’(경상도) 정도가 된다.

각 지방의 말투는 억양과 장단이 모두 달라 그 묘미를 더한다. 우리 민족의 문화적 상징인 아리랑도 그렇다. 정선아리랑의 느리고 구성진 가락은 강원도의 지형적 산물이다. 강원도 산비탈을 오르면서 빠른 템포의 경상도 밀양아리랑을 부르면 호흡곤란이 오기 마련이다. 전라도 진도아리랑은 남도의 정서와 예술적 정취를 흠뻑 머금고 있다. 저마다의 사투리를 품은 아리랑은 그래서 지역성을 반영한다.

우리가 부르는 일반 아리랑도 일제 강점기 때 개봉한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경기아리랑을 모태로 만든 것이다. 한국의 아리랑은 60여 종 3600여 절에 이른다. 시대와 장소와 용도에 따라 가사와 가락의 무한한 융통과 변주를 자랑한다. 광복군아리랑, 홀로아리랑, SG워너비의 아리랑, 윤도현 밴드의 아리랑... 아리랑은 그렇게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문화적 탯줄로 시대와 장소와 세대를 아우른다.

비빔밥도 아리랑이다. 다양한 재료와 갖은 양념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이다. 헌정 사상 최연소 당수(黨首)로 선출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존의 비빔밥’을 만들겠다는 정치적 포부를 밝혔다. 비빔밥은 흔하면서도 어려운 메뉴이기도 하다. 묵은 손맛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왕이면 색의 조화와 영양의 균형을 이루는 화합과 원융의 비빔밥을 만들어 국민의 정치적 소화불량을 해소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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