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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민건강과 담배세율의 딜레마

[기자의눈] 국민건강과 담배세율의 딜레마

기사승인 2021. 06.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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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최악보다 차악’.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 표현은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는 점에서 기자는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다. 이성적인 생각만큼은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최악보다 차악’이라는 논리가 너무도 많은 곳에 적용된다. 흡연도 그중 하나다.

건강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흡연자들은 금연이 어떤 일보다 쉽지 않다. 매년 1월 1일 새해를 맞으며 “올해 목표는 금연”이라고 외치지만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담배를 손에 들고 있는 경험은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것이다. 최근에는 태우는 궐련형 담배를 지양하고 전자담배를 선택해 ‘그나마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자기 일반화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니코틴 중독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담뱃값이 올라도 흡연자들은 담배를 사는 데 얼마든지 지출을 감수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흡연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끊지 못하는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제품을 구입하길 원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면 이런 선택권조차 편하게 결정할 수 없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자담배 가게, 이른바 베이핑숍을 운영하는 소상공들의 모임인 전자담배 총연합회가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입안에 물고 있는 일명 머금는 담배에 적용되는 세율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머금는 담배는 20개비당 세금을 매기는 궐련과 달리 1g당 세금을 매기고 있다. 각종 담배 세금으로 1g당 약 1274원이 부과된다. 이를 궐련 20개비와 동일한 최종 소비단위인 ‘머금는 담배’ 파우치 20개로 환산하면 세금만 약 1만9000원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궐련담배에 부과되는 세금 대비 6.6배다. 이들은 ‘머금는 담배’가 유해물질 저감 제품임에도 과도한 세금 적용으로 소상공인의 살길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머금는 담배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가 인정한 ‘위험 저감’ 담배 제품(MRTP)이다. 머금는 담배는 일반적인 연초 담배보다 담배 관련 질병 위험을 낮추거나, 사망률을 낮추는 ‘위험 저감’에 해당된다는 FDA 허가를 얻은 셈이다.

MTRP는 크게 ‘노출 저감(Exposure Reduction)’과 ‘위험 저감(Risk Reduction)’ 2단계로 나뉜다. 실제로 미국 FDA는 머금는 담배 제품에 대해 “구강암과 심장병·폐암·뇌졸중·폐기종·만성기관지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판단을 이미 내린 바 있다.

몇 년 전 인기를 끌던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부 제품에서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확인되면서 액상형 담배를 판매하던 소상공인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와 함께 머금는 담배와 같은 니코틴 제품으로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들은 머금는 담배에 대한 과도한 세율 책정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무엇보다 연초제품보다 유해성이 낮은 제품에 더 과한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담배를 피우는 많은 이들도 흡연의 위해성에 대해 너무나 공감하고 인정하고 있지만 이런 생각이 모두 금연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세금을 부과해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위해성이 일반 담배와 현저히 다른 수준이라는 과학적 평가를 받은 제품에 업계 종사자들과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과세 기준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현실적으로 국민 건강 개선의 기회를 놓치는 상황을 초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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