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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천년 돌다리 건너 천연한 호수를 만나다

[여행] 천년 돌다리 건너 천연한 호수를 만나다

기사승인 2021. 06. 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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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 여행
여행/ 진천 농다리
고려시대 축조된 것으로 전하는 진천 농다리. 1000년을 버틴 국내 최고(最古)의 돌다리다./ 김성환 기자
진천 글·사진 김성환 기자 = 생거진천(生居鎭川). 살아서는 진천이 좋다고 했다. 충북 진천은 예부터 살기 좋은 고장이었나 보다. 평야가 넓고 물이 많았으며 토지가 비옥했단다. 풍수해가 적어 농사도 잘됐다. 살 붙이고 살만한 땅이 이제는 꽉 막힌 일상의 위안까지 되고 있다. 얘기는 이렇다.

여행/ 농다리 메타세쿼이아 길
농다리 인근의 ‘메타세쿼이아 길’./ 김성환 기자
진천에 가겠다고 하면 돌아오는 말은 십중팔구 “뭐가 있다고”다. 먹고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여행지로선 낯설어서다. 이름난 관광지 하나 퍼뜩 떠오르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게 마음을 끈다. 바이러스가 느닷없이 일상으로 침투한 이후 한갓진 곳이 대세가 됐다.

그렇다고 구경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농다리가 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진천을 지날 때 대형 광고판에 등장하는 그 다리가 맞다. 상행선에선 광고판 아래 강변에 놓인 다리가 슬쩍슬쩍 보인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풍경이라 관심 두기가 쉽지 않지만 이 다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돌다리다.

농다리는 문백면 굴티마을 앞 세금천(미호천의 지류)에 놓여있다. 맞닥뜨리면 고속도로에서 보는 것보다 웅장하다. 높이는 1.2m로 낮지만 길이가 약 94m, 너비가 3.6m에 이른다. 생김새도 특이하다. 교각이 상판보다 넓어 옆으로 툭 튀어나왔다. 이게 벌레의 발처럼 보인다. ‘지네가 몸을 슬쩍 퉁기며 기어가는 모양’이랄까. 돌을 얼기설기 엮은 탓에 투박해 보여도 꽤 야무지다.

여행/ 농다리 주변 인공폭포
농다리가 놓인 세금천변의 인공폭포/ 김성환 기자
누가 놓았을까. 진천 향토사를 기록한 ‘상산지(常山誌)’는 “고려초기에 임 장군이 축조하였다”고 전한다. ‘임 장군’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고려의 개국공신인 임연 장군이라는 주장이 있고 고려초기 진천의 호족이었던 임희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지만 고려시대에 축조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1000년 남짓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돌을 유선형으로 쌓아 교각을 만들고 돌과 돌 사이에 틈을 두어 물의 저항을 줄였다. ‘농’자의 해석도 분분한데 이 가운데 대그릇(籠)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만큼 물이 잘 빠져나가기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해석이 있다. 실제로 농다리는 큰물에 일부가 유실된 적은 있어도 완전히 떠내려간 적은 없었단다.

농다리에선 오래된 것이 주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물 소리도 시원하다. 주변 풍경도 수려하다. 유유히 흐르는 물길이 평온하고 배후에 솟은 산과 능선에는 녹음이 우거졌다. 특히 메타세쿼이아 길은 운치가 있다. 인공폭포 옆이다. 조붓한 흙길을 따라 꽃양귀비(관상용 양귀비) 꽃이 활짝 피었다. 사진을 찍으면 싱싱한 초록빛의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어우러져서 예쁘게 나온다. 사위도 고요하다. 보이는 것이 동화 같으니 마음도 순진해진다. 농다리에서 이어지는 ‘미르숲’에는 초평호가 내려다보이는 정자와 전망대가 있다.

여행/ 한반도지형전망대에서 본 초평호
한반도지형전망대에서 본 초평호/ 김성환 기자
여행/ 초평호
초평호의 수상좌대. 천연한 자연과 어우러져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을 만든다/ 김성환 기자
얘기가 나왔으니 초평호도 짚고 넘어간다. 충북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진천군 자료에 따르면 1958년에 미호천의 상류를 막아 완공했고 종전의 댐보다 2㎞ 하류에 다시 댐을 축조해 1986년에 준공했다. 낚시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성지’다. 잉어, 가물치, 붕어, 뱀장어 등이 서식하고 있어 서울을 비롯한 각지에서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다. 저수지 곳곳에 수상좌대가 빼곡하게 자리를 잡았는데 이 허름한 구조물이 청정한 자연과 어우러져 우아한 ‘느림’의 풍경을 만든다. 수변 경치까지 볼만해서 요즘은 낚시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알음알음 찾아온다. 최근에는 걷기 좋은 수변길이 조성되고 쉬어갈 곳도 제법 생겼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호수를 돌아보다가 마음 내키는 곳에서 잠깐 내려 풍경을 음미하며 산책을 즐긴다.

초평호 여정의 포인트 몇곳을 짚어보면, 초평면 두타산 중턱의 한반도지형전망공원에선 초평호가 한눈에 보인다. 자동차가 간다. ‘초평붕어마을’을 뒤로 난 도로를 따라 약 2.5km 가면 닿는다. 전망대에 오르면 호수의 물길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것이 보인다. 안내판에는 이 호수의 모양을 “승천하는 청룡”에 비유했다. 호수 가운데 툭 튀어나온 지형이 한반도를 닮았다며 “한반도를 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반도 지형이 또렷하지는 않다. 알고 봐야 그럴싸하게 보인다. 그래도 호수 풍광은 먹먹한 가슴을 ‘뻥~’ 뚫어줄 만큼 장쾌하다. 두타산 아래 자리 잡은 초평붕어마을은 평온한 수변 마을이다. 붕어를 비롯해 초평호에서 잡은 물고기로 만든 음식을 내는 곳이 모여있다.

여행/ 초평호 하늘다리
초평호 하늘다리. 주변 산책로가 고즈넉하고 사위가 한갓지다./ 김성환 기자
여행/ 초평호
진천군청소년수련관에서 초평호 하늘다리로 이어진 수변산책로./ 김성환 기자
농다리에서 한반도지형전망공원까지 약 7.5km 구간은 걷기 좋은 ‘초롱길’과 ‘전망대길’로 조성됐다. 이 가운데 초평호전망대에서 진천군청소년수련원을 지나 하늘다리로 이어지는 약 1.5km 구간의 풍경이 운치가 있다. 사위가 고요하고 잎이 무성한 나무가 많아 볕을 어느 정도 피할 수도 있다. 해질 무렵 산책도 좋다. 하늘다리는 93m 길이의 출렁다리다. 농다리, 한반도지형전망공원, 하늘공원 등은 드라마 ‘밥이 되어라’에도 등장했다.

진천에는 백곡호도 있다. 1949년 축조됐고 1984년에 제방을 증축했다. 초평호화 마찬가지로 낚시터로 이름났지만 경관이 수려해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식영정까지 가는 임도는 숲이 울창해서 호젓하게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호수 인근에는 진천 종박물관, 역사테마공원 등이 함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아도 좋다. 특히 진천 종박물관이 눈길을 끈다. 성덕대왕신종을 비롯해 유명한 국내의 범종을 실제 크기로 본떠 만들어뒀다. 이들의 종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흥미롭다.

여행/ 초평호 전망대
농다리에서 하늘다리까지 이어진 ‘초롱길’에는 곳곳에 초평호를 조망하며 쉴 수 있는 곳이 있다./ 김성환 기자
천연한 자연 말고 얘깃거리도 적지 않은 진천이다.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 장군이 이 땅에서 태어났다. 진천읍 계양마을에 그의 생가가 복원돼 있다. 생가 뒤에 솟은 길상산에는 태실지가 있다. 도당산 아래에는 김유신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길상사도 있다. 김유신의 부친인 김서현은 진천군 태수를 지냈다. 그가 고구려에 전승을 거둔 것을 기념해 농다리를 놓았다는 얘기도 전한다. 조선시대 문인이자 시인이었던 송강 정철이 묻힌 곳도 진천이다. 문백면의 정송강사는 그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묘소도 이 안에 있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느닷없이 이마를 때릴 때가 있다. 진천이 이런 곳이다. 살기 좋은 땅에 구경할 것도 많다. 천연한 호숫가를 산책하고 자연을 음미하면 시나브로 힐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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