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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우리가 봉?”…카드사들, 수익은 자꾸 주는데 이익공유제까지

[취재뒷담화] “우리가 봉?”…카드사들, 수익은 자꾸 주는데 이익공유제까지

기사승인 2021. 06. 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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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치이기만 하고 허탈합니다.”

요즘 카드업계 관계자들과 만나면 하소연뿐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에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운영으로 흑자를 이뤄냈지만 오히려 호실적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올해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법정금리 조정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예정돼 있는데, ‘인하’의 명분만 만들어준 꼴이라는 설명입니다. 카드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비와 인건비 등을 줄이면서 만든 불황형 흑자임에도 말이지요.

게다가 오는 10월에는 이익공유제에 동참해 수익의 일부를 출연해야 합니다. 최근 서민금융생활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카드사들도 이익 일부를 코로나19의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내놓아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개별 금융사의 가계대출 잔액에 출연요율 0.03%를 곱한 만큼 출연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입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카드업계가 부담할 금액은 연 189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물론 카드사들의 카드론도 수익이 1906억원 늘었지만 정작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와 현금 서비스 수익이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10~11월에 예상되는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에서 결국 ‘인하’가 유력한 데다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도 24%에서 20%로 축소되면서 카드론 이익 역시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수익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대비책을 세우기도 모자랄 판에 수익 일부를 내놓으라고 하니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민금융이라는 명분에 앞장서 반박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카드사는 높은 수수료로 배를 채우고 있다’는 인식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당국의 정책에 그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카드사들의 사업 구조상 수수료와 이자로 운영될 수밖에 없음에도 말이지요.

그나마 5년으로 기간을 한정한 데다 최근 카드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자동차대출은 제외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합니다.

경영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이익의 일부를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등에게 나눠주자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카드사도 기업인 만큼 수익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정부가 출연금을 강제하기 보다는 기업에 혜택을 주면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으면 어땠을까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에 떠넘긴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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