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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권 축소되자…범죄혐의 고위공직자 ‘공수처’ 선호

檢 수사권 축소되자…범죄혐의 고위공직자 ‘공수처’ 선호

기사승인 2021. 06. 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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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전익수 등 사건 이첩 요구…법조계 "공수처 수사, 허점 있을 거라는 인식 깔려있어"
檢 직접수사 제한되면서 공수처 영향력↑
논문 들어보인 채 발언하는 김진욱 처장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한국형사 법무정책연구원 학술교류협정 체결식에 참석했다./연합
범죄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고위공직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자처하고 있다. 썩어도 준치라고, 직접수사 제한 등으로 힘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검찰에서 수사받기보다는 수사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신생 공수처가 편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조직개편과 맞물려 검찰 힘 빼기가 가속화할수록, 범죄혐의 고위공직자들의 공수처행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 의혹을 받는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준장) 등 직속 간부들은 최근 자신들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법무부와 검찰 고위 간부도 자신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자 공수처로의 사건 이첩을 주장한 바 있다.

현행법상 공수처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 우선권이 있는 것은 맞지만 검찰도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이들 고위직 수사 대상자들이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서 수사받기를 자청하고 나선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사력이 부족한 공수처가 일부 혐의 회피를 시도하기에 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청장 출신 A변호사는 “공수처의 수사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인적 구성상 한계도 명확하다”며 “공수처 수사에 허점이 있을 거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이첩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를 받는 사람이 자신에게 불리한 요구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피의자들이 수사기관을 선택하는 모양새를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서초동의 B변호사는 “아직 검찰과 공수처 등 수사기관끼리 마찰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에서 수사할지는 수사기관들이 조율할 문제”라며 “유력 인사들과 얽혀있을 가능성이 큰 고위공직 범죄자들이 수사기관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범죄혐의를 받는 고위공직자들의 공수처행은 검찰 조직개편과 맞물려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에 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2부와 강력범죄형사부가 반부패·강력수사 1·2부로 통합되는 등 직접수사 부서가 축소되고, 전담 부서가 없는 일선 지청은 검찰총장의 승인이 있어야만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수처의 수사력 강화 필요성에 제기되는 가운데 아직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공수처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인력난의 공수처가 동시에 여러 사건을 수사하면서 부실수사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1년에 3~4건의 수사를 전망했지만, 현재 공수처는 9건에 달하는 사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 교육 인원을 제외하면 현재 공수처 검사는 김 처장을 포함해 9명이 전부다.

B변호사는 “공수처는 지금이라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라며 “공수처의 중요도는 점차 올라가는데 지금처럼 사건만 늘어놓고 마무리 짓지 못하는 모습이 계속되면 고위공직자들의 ‘도피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수사기관은 신뢰를 잃으면 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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