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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미판 EU ‘SICA’와 협력이 필요한 이유

[칼럼] 중미판 EU ‘SICA’와 협력이 필요한 이유

기사승인 2021. 06.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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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_권기수교수_한·중남미협회 사무총장
권기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한·중남미협회 사무총장)
작은 거인(Small Giants). 인구나 경제 규모는 작지만, 국가 간의 끈끈한 연대감, 지경학적 중요성, 역동적 성장세에 힘입어 강한 면모를 보이는 중앙아메리카(중미)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미주대륙의 허리에 있는 중미는 경제 규모나 인구가 작은 소국이 대부분이다. 과테말라가 1700만명으로 인구가 가장 많으며, 벨리즈는 38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미 국가들은 이러한 약소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찍이 연대의 지혜를 터득했다. 중남미 최초의 경제통합체인 중미공동시장(CACM)을 1960년 결성한 데 이어, 1991년에는 유럽통합의 모델을 본뜬 중미통합체제(SICA)를 출범시켰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벨리즈,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등 8개국으로 이뤄진 SICA는 ‘중미판 EU’라 불린다. 단합된 SICA의 저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SICA는 중남미 지역 기구 중 유일하게 구체적인 대응책을 신속히 실시해 지역 차원에서 팬데믹의 확산을 조기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북미와 남미의 가교, 태평양과 대서양의 교차로, 세계 경제의 급소. 모두 중미 지역의 지경학적이며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최근 들어 중미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코로나19의 여파로 글로벌가치사슬(GVC)이 빠르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니어쇼링 후보지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중미는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중남미 경제의 블루칩으로도 불린다. 지난 10년간 중미의 성장 속도는 중남미 경제의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4%대에 달했다. 중미 경제의 삼두마차인 파나마,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의 역동적 성장 덕택이다.

이처럼 중미 지역이 가진 전략적 가치를 일찍이 간파한 우리나라는 이 지역과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해 오고 있다. 먼저 기업들이 잰걸음을 보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 섬유 봉제 기업들은 중미를 북미 생산기지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빠르게 팽창하는 중미 건설 인프라 시장을 겨냥한 진출이 돋보인다. 지난해 우리 건설기업들은 28억 달러에 달하는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를 수주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중미에서의 대규모 공사 수주에 힘입어 지난해 중남미는 우리의 3대 해외건설시장으로 부상했다.

정부 차원에서의 협력은 더욱 체계적이고 촘촘하게 추진됐다. 1996년 1차 한·SICA 정상회의를 계기로 출범한 한·중미 대화 협의체는 올해 4월 코스타리카에서 제13차 회의를 가졌다. 또 2012년 SICA 역외옵서버 가입, 2020년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회원국 가입, 2021년 3월 한·중미 5개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발효가 이뤄지면서 양 지역 간 제도협력의 3종세트가 완성됐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중미 5개 국가와 FTA를 가동하면서 역동적 중미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이러한 제도협력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한·중미 관계는 새로운 출발선에 와 있다. 시기적으로도 올해와 내년은 중미 독립 200주년, SICA 출범 30주년, 그리고 중미 7개국과의 국교 수립 60주년을 앞두고 있어 양자 간 협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해다.

이러한 시점에 오는 25일 제4차 한·SICA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화상으로 개최되지만 1+8 형태로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는 대표적인 신흥시장인 중남미 지역으로의 외교 지평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11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정상회의는 그간 아태 지역에 집중된 신남방정책의 외교 경계선을 중남미·태평양 지역으로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데서 의의가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정에서 검증된 한국형 뉴딜 정책과 SICA의 친환경 및 디지털 전환 정책을 연계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높다.

아무쪼록 이번 정상회의가 그간 한·중미 간에 구축한 탄탄한 제도적 협력기반을 토대로 구체적인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새로운 협력의 비전과 방안을 제시하는 희망찬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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