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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뭣이 중헌디’

[아투 유머펀치] ‘뭣이 중헌디’

기사승인 2021. 06. 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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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여)자동차 시동이 안 걸려. (남)배터리 나간 거 아냐? (여)어제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이래. (남)라이트는 들어와? (여)나 오늘 9시까지 가야 되는데! (남)라이트는 켜져? (여)에이! 차를 괜히 바꿨나봐. (갑)그래! 라이트는 켜져? (여)왜? (갑)배터리 나가서 그럴 수도 있으니까. (여)잘 안 들려. (남)라이트부터 켜보라구. (여)그게 왜? (남)아니, 라이트 좀 켜보라니까. (여)지금 화내는 거야? (남)아니야.

(여)화내고 있잖아. (남)아니, 화 안 났다고. (여)내가 뭘 잘못했어? (남)괜찮아. 화 안 났다고. (여)뭐가 괜찮은데? (남)휴~ 아냐. 배터리 말한 거야 (여)차 이야기 하는 거야? (남)그래, 차 시동이 안 걸린다며... (여)지금 차가 중요해? 출근시간 갑남을녀의 이 같은 전화통화 내용에서 느끼는 답답함은 무엇일까. 양식 있는 보통 사람이라면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양상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와 관련해 “(버스 기사가)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라고 한 말이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은 “건설 현장의 관리 소홀이나 안전 불감증 등 본질적인 원인 진단보다는 피해자인 운전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망언”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지난해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두고 ‘대포로 안 한 게 어디냐’라고 했던 발언까지 떠올렸다.

어떤 사람이 날마다 들르는 커피숍에서 나오는데 종업원 아가씨가 쫓아 나오며 “이거 가져 가셔야죠”라며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커피가 담긴 텀블러를 건넨다.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 값을 지불한 것은 물론이고 포인트 적립하고 영수증 챙기는데 몰두하다 보니 정작 커피를 두고 온 것이다. 작금의 우리 국민도 본래의 이슈는 잊어버린 채 서로 적대시하며 지엽적인 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국사태도, 검찰개혁도, 남북관계도, 부동산정책도, 성추행 사건도, 정의기억연대 논란도, K방역의 영욕도... 영화 ‘곡성’에서 초등학생 딸이 아버지에게 묻는 유명한 대사가 있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미스터 트롯의 스타 임영웅의 데뷔곡 ‘뭣이 중헌디’도 마찬가지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정답은 바로 사랑이더라...’ 그렇다. 중헌 것은 이기적이지 않고 위선적이지 않은 참사랑을 구별하는 식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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