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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구를 위한 ‘선별’ 지원인가?

[칼럼] 누구를 위한 ‘선별’ 지원인가?

기사승인 2021. 06. 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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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민주연구원 부원장
송두한 NH금융연구소 소장
송두한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난지원은 유례 없는 경제 위기에 전례 없는 정책으로 대응한 모범 사례 중 하나임에 분명하나 선별과 보편을 둘러싼 논쟁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자영업·소상공인을 선별로 넓고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는 당정 간 이견이 없다. 이번에도 문제는 ‘전(全)국민’이다. 정부는 사실상 모든 국민이 지원 받도록 최대한 설계한다 하면서도 ‘전국민’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보편 지원이 희석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워딩들이다.

“전국민에 준하는 선별 지원, 넓고 두터운 선별 지원, 보편에 가까운 선별 조합, 보편을 뛰어넘는 선별 지원”

경제 전문가의 눈에는 비효율을 감수하더라도 ‘전국민’ 지원만큼은 방어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책당국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선별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 논리나 재정 운영의 문제라면 이해할 수 있으나 정책적 신념이나 철학이라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딱히 재정 이슈가 선별과 보편을 가르는 기준이나 원칙도 아닌 것 같다. 지난 4차 재난지원 때에는 19조5000억원을 선별로 지원했는데, 이는 14조3000억원을 보편으로 지급했던 1차 때보다 큰 규모다.

이번 5차 재난지원 역시 그러하다. ‘전국민’ 지원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고, 대통령도 집단면역이 가시화되는 하반기 중 위로금 형태의 전국민 소비진작책을 약속한 바 있다. 여당의 전국민 관철 의지가 확고함에도, 5차 재난지원에 대한 논의는 또 다시 보편에서 시작해 선별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 선별 지원 액수가 최대 700만원까지 상향되면서 보편 이슈가 상당 부분 희석된 측면도 있다. 또한, 보편과 유사한 ‘선별+카드캐시백’ 역시 보편에 가까운 효과를 낼 수 있는 패키지임에는 분명하다.

재난지원 시계를 처음으로 돌려보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음 제시했던 ‘선별·보편·카드캐시백’ 3중 믹스는 코로나 충격에 강한, 매출증대 지원에 최적화된 경제정책 패키지로 평가할 만하다. 기본 취지는 선별로 과거 손실의 일정 부분을 직접 지원하고, 보편으로 미래의 매출증대를 간접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소비장려책인 카드캐시백 정책으로 추가 화력을 지원한다면 코로나발 매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가 선별을 고집하는 사이 카드캐시백이 선별로 생긴 소득 상위 20~30% 공백을 메우는 보조 수단 정도로 활용되는 듯하다.

선별과 보편을 둘러싼 논쟁은 소모적인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경제 원칙으로 보면, 재난지원은 경제 상황변수가 결정하는 간단한 산식에 불과하다.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선별을 요구하면 선별답게 지원하고, 보편을 요구하면 보편답게 지원하면 그만이다. 선별 지원은 피해 계층을 위한 구제지원에는 충실하지만 이로 인한 내수진작 효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보편 지원은 구제지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나 전국민의 소비여력을 높여 내수업종의 미래 매출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 4차례의 재난지원 사례를 살펴보면, 1차만 보편으로 지급했고 나머지는 모두 선별로 지급했다. 정부가 1차 보편 지원을 내수진작책으로 추진했다면 맞는 정책이고 구제지원책으로 추진했다면 틀린 정책이다. 마찬가지로, 2~4차 선별 지급이 구제지원책이었다면 맞고 소비진작책이었다면 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5차 재난지원을 둘러싼 지금의 내수경제 상황은 어떠한가?

자영업·소상공인에 대한 과거 손실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면 선별로 지급해야 한다. 내수 업종이 매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당연히 보편으로 지급해야 한다. 즉, 지금의 경제 상황은 선별과 보편 믹스를 통해 내수 부진을 타개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5차 재난지원이 반드시 전국민 소비진작책을 온전하게 탑재해야 하는 이유다.

좋은 정책은 단순하면서도 경제원리가 작동해야 하며,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선별로 점철된 재난지원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누구를 위한 선별인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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