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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팬에게 모욕당한 獨소녀..위로 모금 전액 유니세프 기부

잉글랜드 축구팬에게 모욕당한 獨소녀..위로 모금 전액 유니세프 기부

기사승인 2021. 07. 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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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가르텐
독일 축구팬들이 야외 맥주펍에 모여 UEFA유럽축구선수권대회 독일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출처=서주령 하이델베르크 통신원
축구 경기 후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이 중계된 후 일부 잉글랜드 축구팬들로부터 모욕과 조롱을 받은 독일의 어린 소녀팬이 영국내 캠페인을 통해 사과와 위로의 뜻으로 약 3만 6000파운드(약 5600만원)의 모금액을 전달 받았다. 소녀팬의 가족은 선물받은 모금액 전액을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부 캠페인 주최자는 새로운 공격 대상이 되면서 댓글 테러를 당했다.

시사 일간지 슈피겔은 7일(현지시간) 혐오 댓글테러를 당한 소녀를 위해 기부금을 모은 웨일즈출신 사업가가 드디어 소녀의 가족을 찾는 데 성공해 모금액을 전달했으며 소녀의 가족은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지난달 29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16강전에서 잉글랜드에 0-2로 패했다. 승패를 결정 짓는 골이 터졌을 때 중계 카메라는 울음을 터트리는 독일 소녀팬의 모습을 화면 가득 담았다.

얼굴에 독일 국기를 그려넣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소녀팬이 아버지의 팔에 매달려 서럽게 울어대는 모습이 중계되자 여러 현지 언론들은 “이 소녀의 모습보다 더 우리의 심정을 잘 표현한 것은 없다”며 공감했다.

하지만 우는 소녀의 화면 모습을 캡쳐한 사진이 영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일부 잉글랜드 팬들은 소녀에게 혐오 댓글과 모욕, 조롱을 쏟아냈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언급과 함께 민족에 대한 모욕이 더해지기도 했다.

전 축구선수 스탠 콜리모어는 자신의 트위터에 혐오 댓글이 달린 스크린 샷을 게시하고 “말이 필요 없다”며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그가 올린 스크린 샷에는 한 남성이 독일 소녀의 우는 사진을 올리고 ‘울어라 꼬마 나치야’라는 댓글을 달았다. 뒤로는 성적인 모욕과 조롱, 욕설까지 연이어 댓글로 달려있다.

전 축구선수 게리 리네커 역시 “역겨운 외국인 혐오증”이라며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비난했으며 많은 일반인들도 어린 소녀팬에 대한 모욕을 던지는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모금 캠페인
영국 모금사이트 저스트기빙에 올라 온 독일 소녀축구팬을 위한 기부 캠페인 본문/출처=https://www.justgiving.com캡쳐
소녀에 대한 혐오의 댓글을 본 51세 웨일즈인 사업가 조엘 휴즈는 독일 소녀를 위한 기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SNS로 알려진 이 캠페인에 많은 영국인들이 참여하면서 일주일만에 당초 목표 금액이었던 500파운드를 크게 넘긴 3만 6000파운드가 모였다.

휴즈는 인터뷰에서 “나는 울고 있는 독일 소녀가 그런 끔찍한 모욕을 당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며 “영국은 그렇게 편협한 나라가 아니며 소수의 ‘멍청이들’이 전세계에서 영국에 대한 인식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기부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했다.

휴즈는 SNS를 통해 소녀의 가족을 찾아 모금액을 전달했으며 소녀의 가족은 모금받은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캠페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휴즈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폐쇄해야 했다. 해당 캠페인에 분노한 악성 댓글 작성자들이 공격 대상을 소녀에서 그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는 모욕과 욕설 댓글을 신고했으며 영국 경찰은 악성 댓글 조사에 들어갔다.

휴즈는 “독일 사람들이 이 모금 행사에 대해 듣거나 읽은 후 영국의 많은 사람들의 여전히 우리의 유럽 친구들을 존중하고 친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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