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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임종 임박한 순간에도...“사람을 구하는 것이 내 사명”

모친 임종 임박한 순간에도...“사람을 구하는 것이 내 사명”

기사승인 2021. 07. 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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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대천 펜션 대형 화재 사고
충남소방본부 안영훈 소방위, 모친 위독한 상황에도 출동
비상출동해 화재 완진하고 돌아와 어머니와 이별한 사연 뒤늦게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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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훈 소방위/충남소방본부 제공
말기암 투병 중인 어머니와 마지막 순간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 직원 화재비상소집 명령에 현장으로 달려간 소방관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충남소방본부 직원들은 일요일이던 지난 11일 오후 6시쯤 동료직원인 안영훈 소방위(40·남)의 모친상 소식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안 소방위는 그날 아침 7시까지 밤새워 화재진압을 하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11일 0시 47분경 충남소방본부 상황실에는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통나무펜션 단지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비상 상황임을 직감한 상황실은 도내 가용소방력을 총출동시키는 비상대응 2단계 명령을 즉시 발령했다. 목조건물 특성상 불길이 크게 치솟았고 화재가 번지는 속도도 빨랐다. 더구나 71명의 투숙객이 있는 상황이라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 당시 본부 대응총괄팀 직원인 안 소방위는 보령 시내의 한 종합병원에서 말기암으로 2년째 투병 중인 어머니의 곁을 가족과 함께 지키고 있었다. 병원 측에서 병세가 매우 위독하니 곁을 지키는 것이 좋겠다고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오전 1시경에 비상소집 통보를 받은 안 소방위는 마음이 흔들렸다. 비상소집에 응하는 것이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님의 임종이 곧 닥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선뜻 현장으로 향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래서 안 소방위는 조심스럽게 부친께 사정을 여쭈었고 부친은 망설임없이 “소방관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말을 건네셨다.

새벽 2시경 화재현장에 도착한 안 소방위는 동이 튼 7시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마지막까지 임무를 수행했다. 그래서 함께 일하던 동료 소방관들은 안 소방위 모친의 부고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 그 사정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안 소방위 소속 팀장인 김영환 소방령은 장례식장에서 전후 사정을 듣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 소방령은 “소방관의 사명감이란 것이 정말 무겁기는 하지만 사실은 혼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안 소방위는 조문을 온 동료들에게 “2년 전 모친께서 말기암 선고를 받으신 뒤 하신 첫 말씀이 ‘38살이나 먹은 외동아들 결혼을 못 시키고 세상을 떠날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였다”고 전했다. 다행히 올 봄에 안 소방위는 같은 충남도청 소속 공무원인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안 소방위는 “어머니 생전에 결혼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린 것이 유일한 효도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안 소방위는 “아내가 임신 중이고 4개월 뒤인 11월에 아빠가 된다. 어머니께 손주를 안겨드리지 못하고 보내드린 것이 못내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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