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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PEC의 미래비전 실현과 한국의 역할

[칼럼] APEC의 미래비전 실현과 한국의 역할

기사승인 2021. 07.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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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세계 유일 개도국서 선진국 사례
개도국에 경제구조개혁 성공 경험 전해야
아태 자유무역지대 실현 위한 적극 역할 필요
APEC 내 신남방정책 대상국과 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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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APEC연구컨소시엄 사무국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APEC)가 1989년 11월 호주 캔버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성장과 공동번영을 위하여 출범한 지 30년이 지났다.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38%, GDP의 61%, 교역의 47%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성장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 하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PEC 창설 당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대(對)세계 무역량은 7.9배, GDP는 6.7배, 1인당 국민소득은 5.5배 증가했다.

한편, 2018년 이후 본격화된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 심화로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던 상황에서 작년에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 충격까지 세계경제를 강타했다. 지금까지 APEC 회원국에서 5천만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와 백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APEC 회원국의 2020년 경제성장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인 1.9% 감소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은 전원합의체(consensus)에 입각한 의사결정과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를 표방하는 APEC에도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APEC의 위기는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방형 통상경제 국가에는 위협 요인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2020년에는 APEC 정상들이 팬데믹의 위기 속에서도 모두 화상으로 모여 3년 만에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2040년까지 APEC 21개 회원국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미래비전,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발표했다. APEC 미래비전 첫 해인 올해는 APEC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모멘텀이라 할 수 있다. 매년 연말 즈음에 1회만 개최하던 정상회의를 올해는 ‘리트릿(retreat)’이라는 형식으로 연중에 추가 개최하여 전 세계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것도 이를 고려한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APEC 미래비전 실현을 위한 우리나라의 역할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APEC 내에서의 한국의 협력 양태는 미래비전이 시작되는 올해를 전후하여 변화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 경제가 APEC의 무역자유화로부터 혜택을 받아 왔다면, 앞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APEC 회원국 간 경제적 격차 해소를 선도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경제협력 플랫폼으로서 APEC의 재도약기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구조개혁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경험을 APEC 내 개도국들과 공유함으로써 이들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미래비전이 20년 전의 APEC 비전인 ‘보고르 목표(Bogor Goals)’와 차별화되는 점은 ‘혁신과 디지털경제’와 ‘포용적 지속가능 성장’ 의제가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회복력 강화를 위해서는 디지털 신기술의 활용과 혁신이 필요하고, 경제구조개혁 과정에서 심화될 수 있는 불평등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APEC의 미래 방향성은 2020년 7월 우리나라가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제시한 한국형 뉴딜정책의 패러다임과도 그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APEC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 여건 마련을 위한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FTAAP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비해 지역적 범위가 넓어서 실현 시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는 디지털통상 등 차세대 통상 이슈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인해 논의가 정체되어 있다. 논의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하여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통해 무역자유화와 경제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의 추진이 절실하다. 오는 9월 우리 외교부 주도로 개최 예정인 디지털 통상규범 APEC 워크숍처럼 개도국의 경험이 부족한 차세대 통상 이슈에 대한 지식공유, 협상역량강화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APEC 내에서 신남방정책 대상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APEC의 21개 회원국에는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신남방정책 파트너 국가들이 7개나 포함되어 있다. 아세안 지역 연구를 위해 이들 국가들을 방문해 보면 이들은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식 발전모델을 배우고 싶어한다. APEC 내에서 프로젝트 공동추진 등 적극적 협력을 통하여 이들 개도국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신남방정책과의 연계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난 30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을 통해 우리나라가 누려왔던 경제성장의 과실과 축적된 경제발전 경험을 앞으로 20년 동안 미래비전 이행과정에서 APEC과 나눔으로써 역내 경제통합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APEC 의장국을 맡게 되어 있는 2025년 APEC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APEC 미래비전인 푸트라자야 비전 이행에 대한 중간평가와 향후 방향성 논의를 주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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