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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통 구하러 간 사이, 가족이 코로나로 죽었다” 미얀마 코로나 상황 심각

“산소통 구하러 간 사이, 가족이 코로나로 죽었다” 미얀마 코로나 상황 심각

기사승인 2021. 07. 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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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us Outbreak Myanmar <YONHAP NO-0106> (AP)
지난 14일 미얀마 양곤의 한 화장터의 모습.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미얀마에서는 주요 화장터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제공=AP·연합
미얀마 양곤에 거주하는 30대 청년 A씨는 군부 쿠데타 이후 본지 기자에게 미얀마의 상황을 전해주던 취재원 중 한명이었다. 그런 그와 최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반(反) 쿠데타 시위를 나갔다 체포된 것일까 걱정하고 있던 찰나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죽었고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미얀마는 현재 코로나19 검사도, 치료도 힘들다. 의료용 산소가 부족하고 사람들이 손 쓸 틈 없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고주(州)에 살던 A씨의 삼촌이 양곤을 찾은 것은 지난주. 아내의 몸이 좋지 않아 약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양곤에 왔다던 그의 삼촌은 며칠만에 쓰러졌다. 열이 올랐고 호흡곤란이 이어졌다. A씨의 가족들은 생활공간을 즉시 분리하고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알아보기 위해 수소문했다. A씨는 “코로나19 치료 병상이 있는 양곤 국립병원에 연락했더니 가족 중에 군인이 있느냐 물었다. 가족인 군인이나, 아는 군 관계자에게 부탁해도 입원이 될까 말까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국립병원도, 개인 클리닉도 모두 안된다는 말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가족들이 의료용 산소라도 구해보자며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사이, A씨의 삼촌은 숨을 거뒀다.

A씨는 “삼촌은 코로나로 사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검사도, 치료조차 받지 못했으니 관련 통계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던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난 것이다. 군사정권의 발표는 현실의 10%도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의심자의 시신을 수습해주는 자원봉사단체에서 삼촌의 장례를 도왔다. 방호복을 입은 자원봉사단체 직원들이 집으로 와 화장터까지 시신을 운구했지만 시신을 밀봉하는 의료용 팩마저 부족해 담요로 덮었다.

남겨진 A씨의 가족도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삼촌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검사도, 치료도 어렵다. A씨는 군부 쿠데타 전에는 곳곳에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클리닉이 있었지만 현재는 클리닉과 격리시설 등이 대부분 폐쇄된데다 확진자가 폭증하며 의료시스템 자체가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월 이후 우리 가족은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에 죽음을 각오하며 나갔다. 시위를 하다 죽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코로나로 죽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미얀마에서는 연일 수천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군사정권의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전날에는 528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231명이 사망했다. 미얀마 전역의 하루 코로나19 검사는 1만5000건에 불과하다. 40%에 가까운 확진율이다. 턱없이 줄어든 검사수와 격리·치료시설 수를 감안한다면 실제 코로나19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불복종운동(CDM) 측은 18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민선 정부에서 백신 보급을 총괄하던 타 타 린박사가 감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국가 예방접종확대계획(EPI)의 책임자였던 타 타린 박사는 지난달 중순 테러단체와의 연대 및 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인세인 교도소와 같이 정치범을 수용하고 있는 교도소 내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직후 의료진들이 CDM에 참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어 미얀마의 의료 시스템과 공공 보건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쿠데타의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전날 코로나19 회의에서 “시민들의 봉사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국영TV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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