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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우리가 남이가

[아투 유머펀치] 우리가 남이가

기사승인 2021. 07. 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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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그 X새끼는 우리 X새끼가 아닌가…’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이 말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한 발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미국이 니카라과의 독재자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가르시아와 외교관계를 맺는 것을 비서관이 만류하자 “그가 X새끼일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 X새끼(son of bitch)야!”라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악당이라도 내 편이 된다면 방관하거나 옹호한다는 적나라한 비유다.

국제정세에서나 국내정치에서나 이 적나라한 말은 여전히 유효한 진영논리의 전형이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동맹관계만 유지하면 어떠한 반인륜적 정권도 방조했다. 차베스(베네수엘라)와 카다피(리비아) 등 반(反)서방 진영 독재자들은 반미(反美)노선만 내걸면 똥오줌을 가리지 않고 찬양했다. 당연히 북한정권도 지지했다. 한마디로 한국사회의 병폐를 상징하는 ‘우리가 남이가’란 유행어가 무색할 따름이다.

‘우리가 남이가’는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 초원복집에서 주요 기관장들과 식사를 한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지역감정을 부추긴 발언으로 당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사실 이 말은 일반 직장인들도 술자리에서 많이 쓰던 말이었다. 상사가 술잔을 들고 “우리가”라고 운을 띄우면, 직원들이 “남이가”라며 화답하는 식이다. 조직사회의 화합을 위해 꼭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하지만 지나친 정치성을 띠거나 폐쇄성을 지닌 ‘우리가 남이가’는 집단이기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적 적폐에 다름 아니었다. 군(軍)의 사조직인 ‘하나회’와 관료사회의 ‘관피아’가 그 사례이다. 현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과정에서 부적절한 관행이 확인됐다는 법무부와 대검 감찰 결과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명백한 물증에 따른 유죄판결에 대한 정치적 장난”이라고 일갈했다.

진 전 교수는 또 “직권을 남용해도, 뇌물을 받아도, 성추행을 해도, 위안부 할머니 등을 쳐도 내 식구라면 일단 감싸고 보는 게 아예 이 정권의 국정목표가 되어 버린 느낌”이라고 탄식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고 도지사직을 상실하자 “어제도, 오늘도 먹기만 하면 체한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결코 ‘남이 아닌 사람들의 참 감동적인 동지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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