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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설산업의 탈현장화를 위한 조건

[칼럼] 건설산업의 탈현장화를 위한 조건

기사승인 2021. 07. 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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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얼마 전 일이다. 필자가 한 회의에서 건설산업의 탈 현장화를 이끌 수 있는 기술에 관해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단연 핵심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모듈러(Modular)였는데, 한 전문가는 기술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 필요한 건 시장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국내 건설산업의 탈(脫)현장화를 이끌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모듈러는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다수의 산업 참여자가 고개를 저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업 계획단계에서 모듈러 방식의 사업 추진이 결정되고 설계가 이뤄지면, 현장에서 부지정리 및 기초 공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공장에서 모듈러를 사전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함으로써 전체 사업의 공기단축이 가능하다. 모듈러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면 공사비 절감도 가능하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모듈러의 장점인 공기단축과 공사비 절감을 실제 사업에서 경험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모듈러 방식 사업의 경험은 아직 부족하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모듈러를 활용한 고층 빌딩 사업은 없고, 모듈러 방식의 사업 확대에 필요한 인프라 또한 열악하다. 모듈러 제작이 가능한 공업화주택 인정을 받은 업체와 모듈러 설계를 경험한 설계사는 소수에 그치며, 모듈러 제작 시설이 적고 시설의 위치도 지역 편중이 심해 운송비를 고려하면 사업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기술적 제약도 존재한다. 모듈러 설계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연계되지 않을뿐더러, 공업화주택 인정제도는 유명무실하고, 13층 이상의 고층에는 사양적 내화설계 기준만을 고집한다. 이외에도 표준화된 설계 지침이나 원가 산정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술적으로 준비가 된 걸까.

건설산업의 탈현장화를 위한 첫걸음은 산업의 혁신 전환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정부 주도의 산업 혁신 중장기 계획하에 탈현장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 건설 현장의 실행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고 다양한 기술 개발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탈현장화를 위한 다음 단계로는 현장 중심의 사업을 기반으로 구축되고 운영 중인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모듈러든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 PC)든 탈현장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계획에서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생산 과정의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이와 같은 사업 수행이 가능한 발주방식의 전환 등 제도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민간 기업에 관련 기술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 실현 가능한 중장기 발주 계획도 제시해야 한다. 모듈러와 PC 업체의 다수가 발주 시장에 대한 신뢰성 하락이 기업의 기술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아직 탈현장화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므로 공공 시장을 통한 기술 활용 촉진의 기회 제공을 지속해야 한다.

산업 혁신의 방향을 정했고 시작을 했다. 하지만, 국내 건설산업의 완전한 탈현장화를 어느 일정 시점을 목표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기대하고 목표로 해야 하는 탈현장화는 건설산업의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의 하나의 형태일 뿐이다. 건설산업의 혁신은 지속해 변화하고 진화하는 동사로서의 미래여야 하지 상태를 의미하는 명사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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