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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으로 높아진 ‘독일 수능’ 평점...원인은 ‘팬데믹’?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독일 수능’ 평점...원인은 ‘팬데믹’?

기사승인 2021. 08. 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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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팬데믹 속에서 시작한 2021년 독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점수 인플레이션 결과에 전문가들은 공교육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전 과정을 보내고 처음 치뤄진 독일 대학수학능력시험(Abitur:아비투어)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평균 점수결과를 보였다. 독일 교사협회는 정상 운영되지 못한 공교육 교과과정에 대한 보완책으로 시행된 시험과목 선택영역 확대가 과한 수능성적 인플레이션의 원인이었다고 진단하며 광범위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1년간 봉쇄령 속에서 준비된 2021년 독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나왔다. 반복되는 봉쇄령으로 학교가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모든 수험생들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시험을 준비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연방 주의 수능 평균 점수는 다른 어느 해보다 우수했다.

독일교사협회는 최근 독일 편집국네트워크 RND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정상적인 성적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분별력 없는 수능점수가 공교육 중심의 ‘평등한 기회부여’를 원칙으로 하는 독일 대학교육이념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독일 수능시험에서 최고 최종 점수는 1.0이다. 최종 점수 1.0점을 받은 학생은 베를린에서만 총 421명으로 작년보다 114명이 늘었으며 전체 평균 점수는 작년 2.35점에서 2.30점으로 올랐다.

함부르크는 2.27점으로 10년 만에 최고의 평균 점수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연방 주에서 평균 점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전국을 통틀어 전에 없던 다수의 1.0 성적자들이 나왔다.

하인츠 페터 마이딩어 독일교사협회장은 “다른 해와 달리 전년도부터 시작해 올 상반기에 수능시험을 봤던 학생들은 여행이나 파티, 모임 등의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없었기에 공부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며 “성적 인플레이션 현상을 이유로 학생들이 투자한 1년간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교사협회는 수험생들의 평균 수능성적이 오른 근본적인 원인이 ‘개인의 노력’보다는 각 연방주들이 일시적인 보완책으로 시험 선택 범위를 확대하도록 한 것에 있다고 지적했다.

과목당 특정 시험 범위를 선택할 수 있는 독일의 수능 방식에서 올해는 그 선택 가능 횟수를 늘인 것이 문제다. 수험생들은 선택 범위 중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분야들은 점수 환산에서 선택 삭제하고 성적이 높은 결과만 선택해 최종 점수에 반영시켰다.

독일교사협회는 수능 고득점자들 사이에서 분별력이 사라지면서 철저한 공교육 중심의 평등한 대학입학 기회가 사라지고 입학과정 자체에서 불평등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 대학은 다수의 전공에서 입학정원을 두지 않고 있지만 전체 전공의 약 40%는 이 수능 점수를 기준으로 선발한다. 대표적인 전공으로 의과대학이 있으며 성적에서 밀릴 경우 입학대기자로 이름을 올린 후 다음 해 지원자들과 다시 경쟁할 수 있다.

마이딩어 협회장은 “입학정원 있고 경쟁이 치열한 의과대학의 경우 수능성적만으로 분별력이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입학시험과 면접을 도입할 수 밖에 없다”며 “공교육에서 벗어나 가정 교육환경에 따라 큰 불평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런 추가 선발과정로 인해 공교육 중심의 독일 교육과정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7년 이상까지도 대기하는 입학대기자들과의 불평등한 입학 경쟁 문제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일정한 기준으로 최종 점수를 받아 대기했던 이전 수험생들과 예외적으로 개인 점수를 상대적으로 쉽게 올릴 수 있었던 올해 수험생들과의 입학 경쟁 자체가 공평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마이딩어 협회장은 특히 평가력이 떨어지는 올해 수능 결과로 인해 수험생들이 왜곡된 자기평가 기준을 가지게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실제 본인의 학업 능력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태도는 대학 공부를 시작한 후 스스로의 성과와 한계를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없도록 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수험생들에게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학업 계획을 세울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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