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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 앞다퉈 뛰어드는 CFD…새 먹거리 vs 증시 뇌관

대형 증권사 앞다퉈 뛰어드는 CFD…새 먹거리 vs 증시 뇌관

기사승인 2021. 08.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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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증권 등 잇따라 서비스
고수익 노리는 자산가 수요 영향
사모펀드 규제에 신사업 기대감
당국은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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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증권사 위주였던 차액결제거래(CFD) 시장에 대형 증권사들이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이 CFD 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와 증시 활황 속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고액 자산가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사모펀드 규제 강화 등으로 새 먹거리 창출이 절실했던 증권사들은 CFD를 또 다른 수익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대형사 진출로 CFD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했지만, 일각에선 증시에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CFD는 시장변동성이 클수록 더 큰 차익을 얻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급하게 사서 급하게 파는’ 투자기법이 주를 이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이 10분의 1 수준으로 더 낮아진 데다 CFD와 비슷한 구조인 신용공여와의 규제 차이로 인한 규제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행정지도를 시도한 후 가급적 규정화에 나설 방침이다.

3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7곳(교보증권·키움증권·DB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의 CFD 잔액은 4조380억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3월 말 대비 630% 급증했다. 2016년 국내 최초 CFD 서비스를 개시한 교보증권이 2월 말 기준 잔액 1조5067억원으로 가장 많다.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유진투자증권이다. 1년 새 1만6758% 증가했다.

중소형사 중심의 시장에서 올해 4월 삼성증권, 6월 NH투자증권, 7월 메리츠증권 등 대형사들도 뛰어들었다. ‘새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에 합류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개인 전문투자자 가운데 CFD 투자 비중은 2017년 말 5%, 2018년 말 8%였으나 2019년 말 17.3%로 급증했고 지난해 말 17.9%까지 늘었다.

CFD는 증거금률 최소 10%에 레버리지를 최대 10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을 얻는 고위험 고수익 장외파생상품이다. CFD 거래를 이용하면 8000원만 있어도 레버리지 10배를 일으켜 8만원짜리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다. 개인이 직접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프라임브로커가 보유한 주식을 빌려서 매수·매도에 대한 권리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매수 가격과 매도 가격의 차액만 정산받는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증권사에 지불한다. 주식 매매 수수료가 0%대인 반면 CFD 수수료는 증권사별로 최소 0.10% 최대 0.63%에 달한다. 신용공여는 만기가 있지만 CFD는 만기가 없어 만기일에 갚아야 하는 부담도 없다. 기관투자자 전유물이었던 공매도가 가능해 가격이 하락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양방향 포지션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이 CFD에 관심 두는 요인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새 먹거리’이지만 시장변동성을 일으켜 차익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자본시장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CFD 거래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실제 11조원 자산으로 57조원 넘게 투자하다 원금 손실을 낸 빌황(한국명 황성국)의 아케고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아케고스와 거래한 크레디트 스위스와 골드만삭스 손실액은 각각 6조원, 1조원으로 알려졌다.

중간에서 거래 서비스만 제공하는 증권사는 자산에 손해를 입는 구조가 아니라 증권사엔 위험 부담이 적다. 시장변동성이 크든 작든 증권사들의 수익은 그대로 발생하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자체헤지 방식을 채택한 증권사의 경우 유동성 측면에서 부담이 커 손실 위험이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 CFD 시장에 갑자기 급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판단,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당국은 먼저 증권사에 10월부터 증거금률 40%를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행정지도이기 때문에 강제력은 없다. CFD 거래 급증은 2019년 11월 금융당국의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낮춘 것이 시발점이었다. 금융투자상품 잔고 5억원, 순자산 10억원 보유 등 애초 손실 감내 능력이 높은 소위 ‘꾼’들만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으나 잔고 5000만원만 있어도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외국보다 전문투자자 요건도 낮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부부합산 순자산이 11억원을 보유해야 하지만, 한국은 부부합산 5억원이 기준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시장이 양호하면 CFD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라며 “과도한 레버리지를 쓰면 누군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금융회사에서도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미 증권사별 자체 규정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고객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에 부응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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