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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친화 금융환경 만들겠다고 했지만…소외·불편은 ‘그대로’

고령친화 금융환경 만들겠다고 했지만…소외·불편은 ‘그대로’

기사승인 2021. 08.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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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앱 출시 발표 이후 1년 지나
일각선 "접근성 낮아 실효성 의문
점포 축소 따른 실질적 대책 필요"
#A(40세)씨는 오전 8시부터 어머니(65세)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은행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는데 앱 재설정을 하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어머니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했지만 어머니는 은행 앱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계열사 금융 앱이 서로 이름과 색이 비슷해서다. 이후 ‘설정’ 아이콘을 터치해보라고 하는 등 한참을 설명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A씨 어머니는 끝내 고객센터에 전화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한참을 전화로 입씨름 한 A씨는 차라리 원격 조정이나 대리로 금융인증서를 보관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관련 앱 출시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고령자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일반 앱과 구분된 ‘고령자 전용 모바일금융 앱’을 마련,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큰 글씨, 쉬운 인터페이스, 고령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 위주 구성, 음성인식 등 기본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은행들은 기존 앱 내에 큰 글씨 보기를 추가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층의 모바일 뱅킹 접근성 자체가 낮은데 앱을 따로 만들거나 소폭 개선한다고 이용을 하겠냐는 의견이다. 실제 고령층의 모바일 뱅킹 이용률은 낮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모바일 뱅킹 이용률은 8.9%에 불과하다. 60대 이용률은 32.2%다.

반면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점포수는 줄이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4398개로 지난해 3월 말보다 191개 줄었다. 이들 은행은 올 하반기에도 추가로 100여개의 점포를 통폐합 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고령의 금융소비자들은 갈 곳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이들은 주로 지점을 방문하는데, 지점에서 조차도 모바일 뱅킹 이용을 안내한다.

일각에선 고령층의 모바일 뱅킹 이용을 지원하기 보다 필수 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앱 출시가 아닌 고령층에게 실제 필요한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며 “은행들이 지점 줄일 땐 줄이더라도 수도권을 제외한, 점포가 많이 부족한 지역은 유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층 맞춤형 금융상품도 필요하지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들이 내놓은 고령 고객 서비스가 은퇴 관리와 신탁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다양화를 위해 고객 패널을 활용하는 것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은 모두 고객 패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 고객패널’을 따로 선발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바일 뱅킹에 익숙치 않은 고령 고객들을 위해 은행들도 서비스나 상품 개발을 하고 있지만 우선 순위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모습”이라며 “앞으로 고령층 비중이 커지는 만큼 고객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설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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