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후일담] 한국투자증권이 금융권 ‘공공의 적’ 된 사연은

[취재후일담] 한국투자증권이 금융권 ‘공공의 적’ 된 사연은

기사승인 2021. 08. 19. 08: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장수영(경제부)
금융권에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사모펀드 피해배상에서 이례적이고 신속하게 100% 배상 카드를 내놓는 바람에 다른 판매사들을 궁지로 몰았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보상에 관한 한 한국투자증권은 업계의 ‘공공의 적’”이란 거친 표현도 동원되고 있죠.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라임펀드 환매중단 피해자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금감원 분조위는 BNK부산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 대표 피해자에 대해 배상비율을 61%로 결정했는데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배상비율산정기준안을 폐기하고 당사자 간 새로운 사적화해 방안(100% 보상)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산은행을 통해 투자한 피해자 외에도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한목소리로 ‘100% 배상’을 외칩니다.

원금을 돌려받은 투자자가 있긴 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투자한 사람들은 100% 배상을 받았습니다. 판매사가 모든 부실 사모펀드에 대해 원금 배상안을 내놓은 건 처음인데요. 증권가에선 한국투자증권이 당초 예상됐던 입장을 바꿔 이례적이고 신속하게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결국 결정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의 몫이니까요.

반면 다른 판매사들은 울상입니다. 대신증권은 최대 80%의 조정안을 받았고 신한·하나·우리은행은 55%, IBK기업·부산은행은 50%의 기본 배상비율을 조정받았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한국투자증권은 100% 배상해줬는데 당신들은 왜 안 해주냐”며 수용하지 않고 있어 분조위를 진행한 판매사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는 거죠.

한 판매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완전히 물을 흐려놨다”며 “사모펀드의 투자자 책임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100% 물어준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앞으로 불완전 판매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그럴 때마다 원금을 보상해줘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업계 반발이나 부담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등을 갖춰 나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펀드는 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자에겐 ‘자기책임의 원칙’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의 100% 배상으로 이 같은 원칙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피해자들에게 두고두고 최고의 압박카드를 쥐어줬기 때문입니다.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이 무너진 자리에 판매사의 무한책임이 들어선 셈입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