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란덴부르크 호스피스에 머물며 임종을 준비하는 독일인들 중 다수가 이번 삶에서 ‘깨져버린 인간 관계’에 대해 가장 큰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고 답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망가진 인간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호스피스 클리닉에 근무하는 임종 심리학자 한나 살름에 따르면 임종 심리상담을 받은 사람들 중 81%가 ‘긴밀한 사회적 연결과 친밀한 관계가 없는 삶은 완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으며, 78%는 ‘누군가와의 틀어진 관계를 죽기 전에 바로잡고 싶다’고 털어놨다.
불치병 말기 환자들과 함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온 살름은 많은 독일인들이 일반적으로 자신의 세상과 평화롭게 작별을 고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연구해 왔다. 또 어떤 심리 상태가 임종 준비 단계에서 어려움을 유발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지도 조사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독일인들이 임종을 준비하며 되돌아본 ‘만족스러운 삶’의 기준은 직업이나 외모, 사는 지역, 일의 성과나 축적한 재산에 크게 영향 받지 않았다. 대신 많은 이들이 삶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가장 큰 고통을 느끼거나 결정적인 것을 놓쳤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해결되지 않은 누군가와의 갈등 혹은 ‘깨진 관계’였다.
살름은 “죽음 앞에서 ‘나는 더 많은 일을 해내고 더 많은 돈을 벌었어야 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라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한 때 신뢰하고 사랑했으나 갈등을 겪고 관계가 깨진 가족 중 누군가나 친구를 떠올리고 그들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호스피스에서 진행하는 임종 전문 심리 치료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이 누군가와의 ‘잃어버린 신뢰·애정 관계’에 큰 심리적 고통을 느끼는 것이 확인되는 만큼, 임종시 후회가 될 만한 인간 관계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돌아보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