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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권오갑의 포용적 리더십, 현대제뉴인 도약 지렛대 되길

[취재후일담] 권오갑의 포용적 리더십, 현대제뉴인 도약 지렛대 되길

기사승인 2021. 09.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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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가영 기자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로 담근 포도주를 기존의 부대에 넣으면 발효 과정에서 부풀어 올라 부대가 터지거나 하는 등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일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지난 과거의 낡은 것은 과감히 버리고 내용이나 형식 일체를 다시 정립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로 널리 사용됩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완료한 현대중공업그룹의 최근 행보가 그렇습니다.

지난달 두산인프라코어를 품에 안은 현대중공업그룹은 사명변경(현대두산인프라코어)은 물론 사업 통합·재편, 인적 쇄신 등 대대적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양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2025년 매출 10조, 글로벌 톱5에 진입하겠다는 게 중간지주회사 현대제뉴인의 구상입니다. 업계에서는 사명변경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색깔 입히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차남인 박재원 전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두산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긴 가운데 홍보인력 대다수가 현대제뉴인 홍보인력으로 흡수된 것이 알려지면서입니다. 특히 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홍보임원을 현대제뉴인의 수석 홍보임원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동종 계열의 회사가 합병되는 경우 중복인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입니다. 특별한 기술을 보유한 기술직이 아닌 사무직이라면 더더욱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 권 회장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력들을 유지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으리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결정됐을 당시 업계에선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습니다. 당시 국내 건설기계 시장 점유율 1위인 두산인프라코어가 2위인 현대건설기계로 흡수되면서 통합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존심이 상한다는 직원들의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중복부서에 대한 구조조정 우려도 컸습니다.

이에 권 회장이 내부 직원 통합과 분위기 쇄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전 임직원 가정에 한 식구 됐다는 의미를 담은 방짜유기 수저 세트와 함께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는 편지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저 세트에는 한솥밥을 먹게 된 식구로 오랫동안 변치 말자는 뜻이 담겼다고 합니다. 수십 년간 다른 길을 걸어온 기업이 하나의 기업으로 거듭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권 회장의 포용적 리더십이 현대제뉴인의 글로벌 톱5 도약의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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