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독일은 왜 ‘돈 세탁의 천국’이 되었나..

독일은 왜 ‘돈 세탁의 천국’이 되었나..

기사승인 2021. 09. 02. 10:1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돈세탁
오랫동안 ‘돈 세탁의 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독일. 금융 전문가들은 독일의 금융감사체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독일의 ‘돈 세탁’ 지하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내 범죄자 및 거대 범죄 조직이 돈 세탁을 위해 최근 더욱 자주 독일을 방문하고 있으며, 이들의 장기적인 정착 과정도 진행중이라고 경고했다.

게르하르트 쉬크 독일금융협회 의장은 최근 독일 시사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ueddeutsche zeitung·SZ)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 범죄 조직들은 이제 콜롬비아와 이탈리아 남부에서 해왔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독일에 흘러들어와 정착하고 있다”며 독일의 ‘돈 세탁’ 대응책에 심각한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돈 세탁의 천국’이란 불명예에 시달리고 있다. 할레 비텐베르크 지하경제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매년 약 1000억 유로(약 137조1800억원)가 세탁되고 있다. 이같은 액수는 대략 독일의 고급 자동차·모터사이클 제조업체인 BMW사의 연간 매출과 맞먹는 규모다. 독일내 자금 세탁이 이미 하나의 거대한 산업 규모로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독일범죄수사연맹(BDK)는 최근 조직을 확대 개편해, 함부르크를 기점으로 활동하는 마피아 조직의 돈 세탁 경로와 관련된 조직 범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조사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BDK는 돈 세탁 규모가 경제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금액을 크게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DK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불법 자금은 주로 인 신매매와 탈세, 마약 밀매를 통해 들어오며 독일내에서 현금을 통한 부동산·자동차·초고가 시계 및 기타 사치품 구매를 통해 세탁된 후 다시 재판매된다. 범죄조직 자금은 수 십억 달러를 단위로 정기적으로 세탁되고 있었다.

지난해 연방 감사원은 두 건의 보고서를 통해 “독일내 전문적인 감독 직원이 부족하고 감사원은 경찰 데이터 접근 권한이 없는 상태”라며 현재의 돈 세탁 방지 전략이 충분한 기능적·법적 요건을 지니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공영방송 ZDF는 독일내 ‘돈 세탁’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현금 지불에 대한 상한선이 없으며 고가의 소비에도 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가 없는 금융 시스템을 꼽았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1000유로 이상 가격의 물건을 현금으로 구매할 수 없다. 스페인은 2500유로, 그리스는 500유로를 현금구매 가능 상한선으로 각각 정했다. 이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은행 송금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게르하르트 의장은 “누군가가 현금으로 가득 찬 가방을 내밀며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그 자금이 범죄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독일내에서도 고가의 구매는 합리적인 현금 상한선을 정해야 하고 부동산 거래는 항상 공증인이 보유한 신탁 계좌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500유로권 지폐 유통률은 타 EU국가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ZDF는 독일 감사원이 범죄 배경을 가진 현금으로 사치품과 부동산을 구매하는 범죄 조직을 추적하고 적발하는 것이 타 EU국가에 비해 훨씬 더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은 너무 당연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