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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도용’ 당해 억대 빚더미 앉은 지적장애인…法 “세금 부과 무효”

‘명의 도용’ 당해 억대 빚더미 앉은 지적장애인…法 “세금 부과 무효”

기사승인 2021. 09. 0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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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지적장애 고려했을 때 주유소 사업자 등록 이해했다고 볼 수 없어"
명의도용자, A씨 명의로 신용카드 발급에 대부업체서 대출까지
법원
명의 도용을 당해 억대의 ‘세금 폭탄’을 맞은 지적장애인에게 부과된 세금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3급 지적장애인 A씨가 “납세의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국가와 여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회 연령이 8세에 불과한 A씨는 누나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다가 지난 2014년 실종됐고, 수년 뒤 발견됐다.

A씨가 실종된 동안 박모씨는 A씨의 명의로 경기 여주시에 있는 주유소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운영하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주유소를 폐업했다.

이에 이천세무서장은 사업자로 등록된 A씨에게 2014년도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등 2억4000여만원의 세금을 부과했고, 여주시장도 주유소 등록면허세와 지방소득세 등 약 1200만원을 부과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부과 처분은 주유소 실제 운영자가 아닌 자에게 부과된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는 단순한 명의 대여자에 불과하고, 실제 운영에 관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인 점이 밝혀졌다”며 “원고의 지적장애 정도에 비춰볼 때 사업자등록의 법률·경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명의를 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세관청도 이 사건 처분 당시 간단한 사실확인만 했더라도 A씨가 실제 경영자가 아님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씨는 A씨의 명의로 신용카드도 발급받아 7개월여간 약 1600만원을 결제하고, 대부업체로부터 5회에 걸쳐 2500여만원의 대출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준사기 혐의로 기소돼 2018년 8월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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