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지적장애 고려했을 때 주유소 사업자 등록 이해했다고 볼 수 없어"
명의도용자, A씨 명의로 신용카드 발급에 대부업체서 대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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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도용을 당해 억대의 ‘세금 폭탄’을 맞은 지적장애인에게 부과된 세금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3급 지적장애인 A씨가 “납세의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며 국가와 여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회 연령이 8세에 불과한 A씨는 누나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다가 지난 2014년 실종됐고, 수년 뒤 발견됐다.
A씨가 실종된 동안 박모씨는 A씨의 명의로 경기 여주시에 있는 주유소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운영하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주유소를 폐업했다.
이에 이천세무서장은 사업자로 등록된 A씨에게 2014년도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등 2억4000여만원의 세금을 부과했고, 여주시장도 주유소 등록면허세와 지방소득세 등 약 1200만원을 부과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부과 처분은 주유소 실제 운영자가 아닌 자에게 부과된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는 단순한 명의 대여자에 불과하고, 실제 운영에 관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인 점이 밝혀졌다”며 “원고의 지적장애 정도에 비춰볼 때 사업자등록의 법률·경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명의를 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세관청도 이 사건 처분 당시 간단한 사실확인만 했더라도 A씨가 실제 경영자가 아님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씨는 A씨의 명의로 신용카드도 발급받아 7개월여간 약 1600만원을 결제하고, 대부업체로부터 5회에 걸쳐 2500여만원의 대출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준사기 혐의로 기소돼 2018년 8월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