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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왜 옴팡이 작가와 레서판다 스티커를 만들까?

삼성전자는 왜 옴팡이 작가와 레서판다 스티커를 만들까?

기사승인 2021. 09. 1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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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살 혹은 10대 잡아라
삼성·애플의 스마트폰·태블릿 10대 사수작전
유아·청소년 고객→삼성·애플 생태계 유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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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팡이 작가가 그린 레서판다 캐릭터/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꼬마 고객’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 생태계’, 애플의 ‘아이폰 생태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양사의 0~10대 고객 확보전은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고민의 결과다.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 대중화 10년을 훌쩍 넘기면서, 이미 갤럭시와 아이폰 생태계에 익숙한 고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양사가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고객은 아직 생태계에 진입하지 않은 0~10대들이다.

◇삼성전자 0~10대 공격적 공략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메타버스, 웹툰 작가들과 컬래버레이션, 카카오톡 인기 이모티콘 ‘옴팡이’ 작가와 협업 등 0~10대 예비고객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에버랜드에 사는 레서판다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 스티커를 공개했다. 오는 18일 국제 레서판다의 날을 맞아 마련한 이벤트다.

레서판다 캐릭터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인기 캐릭터 ‘옴팡이’ 창작자인 정다슬(애소) 작가와 협업했다. 정 작가는 레서판다 ‘레몬이’와 ‘레시’를 ‘갤럭시Z플립3’로 촬영해 ‘갤럭시Z폴드3’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10대와 20대가 즐겨쓰는 옴팡이 작가와 협업해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도쿄올림픽 기간 인스타그램에 네이버 웹툰 인기 작가들과 협업한 콘텐츠도 연달아 공개해 주목받았다. 네이버 웹툰 역시 0~10대가 즐겨찾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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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제페토의 갤럭시S21 마케팅/사진=제페토 트위터
10대의 놀이터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TV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갤럭시Z플립3, 갤럭시Z폴드3 공개 직후 제페토에서 럭키드로우 이벤트를 진행했고, 갤럭시S21 출시 당시 제페토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모든 스마트폰 이미지를 갤럭시로 바꾸기도 했다. 10대들이 자연스럽게 갤럭시를 접하게 하기 위함이다. 제페토는 전체 사용자 가운데 10대 비중이 80%에 이른다.

TV도 미래 소비자들과 접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9일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라이프 스타일 TV 3종을 판매했다. 이 TV는 가상의 아이템이지만 5분만에 완판됐다. 제페토에서 꾸밀 수 있는 ‘내방’에 삼성전자 TV를 놓으려는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진 덕분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0대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자신의 캐릭터와 자기만의 공간을 구축하는데 몰두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메타버스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은 가상현실에서 소비한 제품을 현실에서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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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3 프로맥스와 아이폰13 프로/제공=애플
◇10대 땐 구형 아이폰 썼지만, 20~30대엔 신제품 사도록
애플은 높은 브랜드 선망성을 가격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애플은 새 스마트폰을 출시하면 1년 전 출시한 플래그십 라인업의 가격을 낮춰 판매한다.

1년 전 제품이지만 성능은 여전히 쓸만해 구형 스마트폰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갑이 얇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10대 청소년들이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부천시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반 담임을 맡고 있는 30대 교사는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갤럭시A 시리즈처럼 저렴한 스마트폰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고학년이 되면서는 아이폰을 쓰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난다”며 “부모님이 사줘서 쓰던 갤럭시에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폰으로 바뀌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덕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은 16일 유튜브 경제채널 삼프로티비에 출연해 “구형 스마트폰이지만 플래그십이기 때문에 성능적 만족도가 높고, 디자인이 신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며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을 구매하던 10대들이 성인이 됐을 때 신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태블릿PC도 꼬마 고객들을 각사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6살 자녀를 키우는 30대 직장인 안영진씨는 “아들이 아이패드로 스스로 유튜브를 찾아 보기도 하고, 간단한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며 “아이패드의 직관적인 운영체계에 이미 익숙해져있어 남편의 아이폰도 쉽게 다루더라”고 말했다.

애플은 전세계적으로 학생 할인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등을 학생이 구매하면 약 10~20%가량 할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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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패드 미니 신제품/제공=애플
◇스마트폰 생태계 10년 훌쩍…고객 빼오기 어려워지자 ‘0~10대부터’ 공략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는 크게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로 나뉜다.

스마트폰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미 안드로이드나 iOS에 익숙한 사용자가 대다수다. 또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다시 안드로이드를, iOS 사용자는 다시 iOS를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 iOS 운영체제는 애플의 아이폰만 사용하기 때문에, 한 번 아이폰 생태계에 진입하면 다음 스마트폰도 애플을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별로 스마트폰 하드웨어 성능과 운영체제 최적화, 결제 서비스, 폴더블 스마트폰처럼 특별한 폼팩터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자사 스마트폰과 운영체제에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 폴더블 폼팩터, 갤럭시 버즈와 갤럭시북과 연동성을 강화해 고객을 묶어둔다. 애플은 무선이어폰 에어팟,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앱스토어에서만 판매하는 아이폰용 유료 앱과 게임, 아이튠즈 음악 콘텐츠 등 전방위 생태계를 구축해 고객이 떠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즉 아이폰을 갤럭시로 교체하면 무선이어폰 연동, 결제, 그동안 사용하던 유료 앱 등을 모두 바꾸거나 쓰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기존 고객들을 서로 빼앗기 힘들게 되자 0~10대 고객의 중요성이 커졌다. 아직 결제, 유료 앱 생태계에 진입하지 않은 꼬마 고객들을 먼저 많이 확보하는 것이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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