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명이나물’ 헬기 파종 시대 활짝...성인봉 상공서 뿌려

기사승인 2021. 09. 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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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군,산림생태계 개선을 위해 명이 씨앗 8년째 파종
올해 헬기를 이용, 면적 넓혀 성인봉 일대 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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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군 성인봉 일대를 비행하는 더스카이 항공 소속 이종원 기장. /조준호 기자
25일 오전 9시 울릉도 울릉읍 라페루즈 리조트 헬기장에서 출발한 ㈜더스카이 항공 헬기는 “두두두두” 굉음을 내며 거센 날개 바람을 일으켰다. 30초 가량 지나 헬기가 갑자기 땅을 밟고 일어서다 뒤로 치우쳤다. 불안감을 가시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우측으로 선회했다. 착륙장을 뒤로 한 헬기는 성인봉 방향으로 방향을 잡고 산자락을 타고 상승했다. 이륙한지 채 1분도 안돼 목적지인 성인봉에 다달았다.

헬기는 성인봉 계곡 쪽으로 이동해 정지비행 했다. 곧 헬기 뒷문을 열렸다. 찬바람과 소음이 헬기 내부로 밀려왔고 헬기안은 분주해졌다. 한 쪽에선 마대에 담긴 명이 씨앗을 개봉하고 씨앗을 헬기 밖으로 내밀었다. 순간 헬기가 만든 바람에 실려 수풀림 사이로 씨앗들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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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 싣고 간 명이 씨앗을 바람으로 성인봉 일대에 파종하고 있다. /조준호 기자
헬기는 천천히 이동하며 점점 계곡사이로 하강했다. 낮게 선회하며 숲풀림에 근접하자 나무에 날개가 다을 듯 보여 불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헬기는 계곡을 타고 연신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마치 차량을 운전하듯이 비행을 이어갔다.

성인봉 일대는 구름에 둘러싸였다가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사이 이륙전 농기센터 직원들이 헬기에 실어준 명이 씨앗 20여 자루의 파종이 20여분만에 끝났다. 헬기는 크게 선회해서 착륙장에 도착해 다시 명이 씨앗을 싣고 성인봉으로 이륙했다.

얼마 전 해외에서 계곡 사이로 흐르는 강에 비행기가 낮게 날면서 민물어류를 방류하는 영상을 SNS로 본 적이 있다. 차량이나 걸어서 접근하기 힘든 장소에 비행기를 이용해 방류하는 모습이 무척 효율적라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나라도 저렇게 하면 좋겠다며 부러워했었다.

이 영상과 비슷한 사례가 경북 울릉도에서 펼쳐졌다. 25일 울릉군 농업기술센터(이하 농기센터)가 산림생태계 개선을 위해 명이(울릉도 산마늘) 씨앗을 헬기를 이용해 성인봉 자락에서 파종했다. 헬기를 사용한 파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헬기 2번 왕복으로 파종된 양은 총 1500kg(수매기준)이며 소요된 시간은 1시간 30여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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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군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헬기에 명이 씨앗을 적재하고 있다. /조준호 기자
울릉군이 성인봉 일대에 명이 씨앗을 파종한지 8년째다. 그동안 울릉산악회에 협조를 얻어 무거운 명이씨앗을 산악회 회원들이 직접 들고 성인봉 일대까지 올라가 이틀 가량 하루종일 파종을 했다. 성인봉의 높이는 986m로 높지 않지만 골짜기가 깊고 험해 등산로를 제외하면 낭떨어지와 비탈진 곳이 산재돼 있어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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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서 본 경북 울릉군 성인봉 일대의 전경. 헬기 내부에는 명이 씨앗이 마대에 담겨있다. /조준호 기자
이 때문에 명이 파종은 성인봉 산새를 잘 아는 울릉산악회에 협조를 구해 매년 진행됐다. 하지만 인력만으로 하다보니 면적과 파종량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사업은 농기센터의 아이디어와 울릉도를 오가는 ㈜스카이 항공의 전폭적인 협조로 진행됐다.

박일권 농기센터 농업산림과장은 “지속적인 파종으로 성인봉 일대 명이 자생률은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는 ㈜더스카이 항공에서 헬기 지원으로 면적을 늘려 파종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명이는 ‘울릉도 산마늘(알리움 울릉엔스,Allium ulleungense)’로 전세계에서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울릉도 개척당시 봄철 춘공기에 개척민이 눈속에 자란 명이를 먹고 ‘명’을 이었다고 명이라 불리며 울릉도 주민들과 함께 한 나물이다.

예전 울릉도 주민들만 맛 보던 명이가 점차 입소문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수난을 겪고 있다. 수요 증가로 고가로 거래되면서 울릉도에선 점차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군은 명이 자생지 복원과 지속적인 생산기반을 마련키 위해 매년 성인봉 일대에 명이 씨앗을 파종하고 있다.

덕분에 최근 성인봉을 찾았을 때 등산로 주변지역에 대규모 명이 군락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헬기 덕분에 명이 씨앗이 인적이 접근하기 힘든 곳까지 파종됐다. 파종된 명이가 많이 개화되고 건강하게 자라 멋진 군락을 이루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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