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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퇴 어디까지…‘30년 역사’ 홍콩 톈안먼 추모 단체마저 해산

中 철퇴 어디까지…‘30년 역사’ 홍콩 톈안먼 추모 단체마저 해산

기사승인 2021. 09. 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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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 Kong Tiananmen Anniversary <YONHAP NO-3191> (AP)
25일(현지시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의 간부 리처드 초이가 단체의 해산을 결정한 이후 언론에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사진=AP 연합
홍콩에서 30여 년간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모집회를 주도해온 민주단체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해산을 결정했다.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파 단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가 임시회의를 열고 단체의 해산을 공식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간부 7명이 참석하지 못한 채 열렸다. 리처드 초이 지련회 간부는 기자들에게 “여건과 관계없이 홍콩사람들이 계속해서 6월 4일을 기념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현재 수감중인 리첵얀 대표의 서한을 낭독했는데 그는 “정권은 국민들의 기억과 양심을 앗아갈 수 없다”면서 “지련회의 신념은 홍콩시민들의 가슴 속에 전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날 진행된 해산 찬반 투표에서 회원 41명이 찬성했으며 4명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지련회가 홍콩 정치 다원화의 가장 두드러진 상징 가운데 하나였으며 이들의 해체는 홍콩을 자국의 입맛에 맞는 권위주의적 구조로 재편하기 위한 중국의 시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번 해산의 배경에는 당국의 압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우항텅 지련회 부주석은 체포 당하기 전인 지난달 말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고위층과 연관이 있는 ‘중개인’이 단체와 접촉을 시도했다면서 그가 “단체를 해산하지 않으면 매우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체포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지련회는 1989년 6월 4일 톈안먼 대학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매년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어왔다. 수만 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편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기 위해 자행하는 행위에 항의해왔다. 2019년 민주화 운동이 극에 달하자 중국 정부는 대중적인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는 홍콩과 마카오에 대해 더 이상 톈안먼 추모행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중국 본토에서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기념 행사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서 앞서 홍콩 최대 교사노조와 노동단체가 해산하는 등 범민주진영 단체가 잇따라 와해되는 가운데 지련회까지 해산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이달 홍콩 당국은 홍콩보안법에 따라 국가 전복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지련회의 자산 중 220만 홍콩 달러(약 3억원)를 동결했다.

경찰은 지난 20일 지련회가 운영해 온 톈안먼 추모 기념관을 폐쇄했고 이후 전시품과 기념품, 사진들을 압수했다. 단체 홈페이지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폐쇄도 지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홍콩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의 요구에 따라 지련회 관련 모든 온라인 게시물이 삭제되기도 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중국이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민주화를 열망하던 학생과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사건이다. 중국 정부는 사망자가 300여명정도라고 발표했지만 인권단체와 목격자들은 수천 명이 사망했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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