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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금곳간을 잡아라”… 법인 대상 펀드판매에 열올리는 증권사들

“기업 현금곳간을 잡아라”… 법인 대상 펀드판매에 열올리는 증권사들

기사승인 2021. 09.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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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개인투자자서 법인투자처로 외형 확장 나서
개인투자자 펀드시장 공백 때문…기업 고객으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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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법인을 대상으로 펀드의 외형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부실 사태로 개인투자자가 펀드시장을 떠나면서 발생한 공백을 기업 고객으로 대체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펀드판매 잔액이 지난해 1위였던 미래에셋증권의 수준을 동시에 뛰어넘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국내 34개 증권사 펀드판매 잔액은 537조364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483조2522억원 대비 11.2%(54조1121억원) 늘어난 규모다. 2019년 8월말 423조4781억원보다 26.9%(113조8862억원)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은행권의 경우 지난해 8월 103조2906억원이던 펀드 판매잔액을 올 8월말 97조315억원으로 6.1%(6조2591억원) 줄였다. 보험업계도 같은 기간 펀드 판매를 7조1434억원에서 6조7436억원으로 축소했다. 증권사만 유일하게 펀드 판매를 대거 늘린 것이다.

◇증권사 ‘법인 대상 판매액’ 증가…2년 전보다 116조↑

증권사 펀드판매 잔액 증가세를 이끈 건 ‘법인 대상 판매액’이다. 올 8월말 증권사 법인 대상 펀드 판매액은 493조7095억원으로 2년 전 같은 기간 377조5092억원보다 30.8%(116조2003억원) 늘어난 규모다. 법인 펀드 판매 비중도 89.14%에서 91.88%로 2.74%포인트 증가했다.

증권업계가 법인을 대상으로 유치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썰물처럼 펀드 시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DLF 대규모 손실사태와 지난해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고 자연스레 개인을 대상으로 한 펀드 판매시장이 위축됐다. 아울러 올 3월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개인에 대한 펀드 판매가 까다로워지면서 법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올 8월말 국내 증권사의 개인 대상 펀드 판매액은 43조6548억원으로 8.12%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2년 전 같은 기간 45조9689억원(10.86%) 대비 2조3141억원(2.74%포인트) 떨어진 규모다.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47조8897억원→62조2527억원)과 신한금융투자(49조6618억원→54조4500억원)가 1년 새 법인 펀드 판매잔액을 급격히 늘렸다. 지난해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47조4001억→49조4591억)의 잔액과 증가폭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

◇곳간 넘치는 기업들, MMF·OICO 시장 키웠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크게 늘어난 상황도 법인펀드 판매액의 증가 이유로 꼽힌다. 기업들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 조짐이 뚜렷해지자 선제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현금보관처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밀려들었다.

최근 증권사가 법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확장한 부분도 펀드 판매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증권사 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부분이 결정적이다. OICO는 기관 자금을 위탁해 운용하는 사업이다. 증권사는 기관 자금을 받으면 이를 펀드에 넣어 운용하기 때문에 판매 잔액이 늘게 됐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올해 건설공제조합의 4000억원 규모 자산 운용관리 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OCIO 사업 확장으로 들어온 자금이 펀드에 운용돼 펀드 판매액이 전체적으로 증가한 부분이 있다”며 “각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MMF와 레포펀드(우량채와 우량기업어음에 투자하는 단기채권형펀드)의 증가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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