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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변혁기, 우리 식의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칼럼] 대변혁기, 우리 식의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1. 10. 0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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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들이 급변하고 있다. 언제나 한국 경제는 위기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이제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렇게 당황하지도 않고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에 많이 무덤덤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특히 그 중에서도 성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크게 받는다. 그러한 변화는 서비스 산업의 위상이 급증하는 것에서 먼저 감지된다. 이미 글로벌 산업 지형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되었다. 경제 단위의 부가가치, 기업 단위의 이익 창출, 가계 단위의 소비에서 서비스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둘째는 디지털 전환이다. 원자재·부품 조달, 공정 방식, 판매망 등 모든 기업의 생산 활동에서 디지털 전환이 급속하게 진행 중이다. 이제는 무엇을 만드는가보다 어떻게 만들고 시장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신흥시장의 생산력이 급증하면서 시장에 공급자가 넘쳐나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하느냐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산 방식이다.

셋째, 그린 전환이다. 이는 탄소중립이 핵심이다. 대부분 국가들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에너지의 화석연료 의존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는 중화학 공업 중심이다. 중화학 공업은 상대적으로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이다.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린 전환은 한국 경제에게 성장 동력인 중화학 공업을 포기하라는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

네 번째는 탈 중국이다. 이는 철저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의 결과이다. 기술 패권이 어쩌고저쩌고하는 그것은 허울 좋은 핑계일 뿐, 중국 시장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줄이라는 초강대국인 미국의 압력이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 수출의 25.9%가 중국 시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우리 수입품의 23.3%가 중국산이다. 수출과 수입 모두에 있어서 1위의 교역상대국이 중국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투자의존도는 말할 것도 없다. 어떻게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지, 뚜렷한 해결책은 여전히 없다.

마지막으로 공정과 상생이다. 이는 월가(Wall Street) 시위 이후부터 본격화된 새로운 사회적 지배 가치이다. 국내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시작해 최근 플랫폼 기업들의 골목 상권 침투 이슈까지, 공정한 시장경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대응 여부에 따라 크게는 한국 경제의 안위에서 작게는 기업의 운명이 걸린 대변혁기는 이미 우리 앞에 전개 중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일부 산업과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왠지 필자의 눈에는 형식적이고 남의 시선을 의식한 이벤트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한창 이슈가 되었던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도 최근 시들해지고 있다. 그것이 사회 여론의 변화를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일면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변혁기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산업계가 가야 할 길은 외부 경영컨설팅에서 제시된 로드맵이 아닐 수 있다. 대변혁기를 맞아 스스로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위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가야 할 길일 것이다. 산업별로 기업별로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표준화된 틀로 담아내려는 시도 자체가 지금의 시대 여건에 부합될 수 없다. 우리는 저마다의 강점이 무엇이고 약점이 무엇인지 잘 안다. 나아가 우리는 무엇이 문제점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안다. 대변혁기, 우리 식의 대응 전략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문제는 실행에 옮기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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