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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자 중 88%가 여학생’…도쿄서 벌어진 시대착오적 교육 성차별

‘불합격자 중 88%가 여학생’…도쿄서 벌어진 시대착오적 교육 성차별

기사승인 2021. 10. 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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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ICS-2020/TOKYO-GOVERNOR
일본 지자체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남녀별 정원제도로 인해 도내 여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지만 도쿄도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사진=로이터·연합
중·고등학교 입시에서 정원제도를 이유로 남녀간 합격 기준점수를 달리 적용하는 성차별적 행태가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점수를 받아도 성별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불합리함 때문에 매번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고 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여전히 제도개선 등 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NHK는 지난 23일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1학년도 입시실태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쿄도 도립고등학교 104개교 중 85곳의 여학생 합격 기준점수(커트라인)가 남학생보다 높았다. 물론 합격 기준점수가 같은 학교도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남학생의 커트라인이 여학생보다 높은 학교는 한곳도 없었다.

85개 학교가 공표한 점수를 비교해보면 여학생의 합격 기준점수가 남학생보다 35~50점 이상 높았으며, 2021학년도 입시에서 나온 786명의 불합격자 중 691명이 여학생인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합격 기준점수가 성별에 따라 차별화된 것은 일본만의 독특한 남녀별 정원제도 때문이다. NHK에 따르면 일본의 남녀별 정원제도는 남녀공학이 도입되기 시작한 1950년부터 전국에서 실시된 것으로, 여학생의 교육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과거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교육기회가 동등하지 않았던 만큼 제도를 통해 여학생의 수를 확보하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제도 도입 후 시대 흐름에 따라 다른 지자체에서는 폐지됐고, 지금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쿄도에서만 실행되고 있다.

도쿄도 역시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데에는 이견이 없다. 같은 점수를 받아도 성별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 여학생들의 원성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및 교육평론가들도 시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아지는 비판 여론에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까지 나서서 “도민의 목소리를 확실히 듣고 필요하다면 움직여 달라”며 해당 제도의 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위원회와 각 학교가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어 당장 폐지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도쿄도 교육위원회의 관계자는 “수험생들의 불만은 알고 있다”면서도 사립고등학교의 정원 확보의 안정성 때문에 현 제도 유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도쿄에는 31만명의 고등학생이 있고, 그 중 17만명이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교육위원회는 도립 고등학교와 사립고등학교의 정원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일선 학교가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점도 걸림돌이다. NHK에 따르면 도쿄도 내 도립 고등학교의 82.7%가 남녀별 정원제도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학교별로 남녀 학생의 성비를 생각했을 때 제도 유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도쿄도가 지난달 24일 도립 고등학교의 남녀별 정원제도를 재정비하겠다며 앞으로 3년동안 단계적으로 남녀 통합 기준점수로 바꾸는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도입 여부 및 시기는 이처럼 소극적인 개별 학교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어서 제도 추진 속도감에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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