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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스페이스X’ 기지 건설 놓고 인니 원주민들이 뿔난 사연

우주선 ‘스페이스X’ 기지 건설 놓고 인니 원주민들이 뿔난 사연

기사승인 2021. 11. 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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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관광객 4명을 태운 스페이스X 우주선이 대서양에 내려앉는 모습. /로이터 연합
15대를 이어 인도네시아 비악섬에 터를 잡고 살아오던 아브라우족에게 요즘같이 잠 못 드는 세월은 없었다. 그들은 그들의 조상이 그래왔던 것처럼 이곳에서 우림을 개척해 농사를 짓고 약용식물을 채집해 생활을 영위해왔다. 덫을 놓아 멧돼지를 잡고 아무런 욕심 없이 그저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삶에 만족했다.

비악섬의 땅이 전부인 아브라우족에게 그러나 앞날은 불안하기만 하다. 뜻밖의 우주시대가 이들 원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일본 영자신문 재팬타임스(JT) 등은 최근 인도네시아 동쪽 끝 파푸아주 청정 지역 비악섬의 아브라우족이 처한 극단적인 상황을 소개하며 “우주시대 합류를 위한 인도네시아의 여정이 원주민과 자연을 파괴하기 일보직전”이라고 경고했다.

비악섬은 ‘문화인류학의 보고’라는 불리는 뉴기니섬에 속해 있고 면적은 서울(605㎢)의 3배 정도인 1746㎢에 달한다. 이 섬에는 360여개 원시 부족을 포함해 약 1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그동안 평화롭던 이곳은 지난 2017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2017년 로켓 발사를 위한 소규모 우주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실제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십 년 전 250에이커의 땅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에는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BRIN)이 비악섬 등에 우주선 발사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과 논의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기도 했다. 우주시대를 향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지난해 말 머스크와 통화 중 인도네시아에 우주선 발사 기지를 공동 건설하자고 직접 제안했다. NYT는 “우주공항 건설은 조코위가 동남아시아의 섬나라를 새로운 공항·발전소·고속도로로 현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진단했다.

비악섬은 이를 위한 최적의 위치로 꼽히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개발되지 않은 탓에 건물이 적고 땅은 드넓다. 둘째 자전 속도가 빠른 적도 부근이어서 우주선을 발사하면 그 회전력을 최대로 받을 수 있다. 셋째 비악섬에는 우주선 제조에 필요한 구리·니켈 등의 광물이 풍부하다.

그러나 모든 일이 이상적이지만은 않다. 희생은 고스란히 토착민들의 몫이다. 재팬타임스는 “영향력 있는 몇몇 인도네시아인들과 국제적인 기업들에게 돌아갈 이익은 일부 집단을 궁핍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악섬 부족 지도자들은 그들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보호림의 훼손과 멸종위기에 처한 새들의 서식지 교란이 뒤따를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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