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장들의 넥타이 색은 미래 청사진과 경영 방식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작용합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총재의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때 매고 나오는 넥타이 색이 이같은 상징성을 띄고 있습니다.
5일 금융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은행 총재직을 맡았던 김중수 전 총재가 금리동결 때에는 파란계열, 금리를 내리거나 올릴 때에는 붉은계열 넥타이를 주로 맸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당시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부총재로 지내던 시절이었는데요. 이후 이 총재가 총재직에 취임한 뒤엔 금통위 때마다 넥타이 색깔로 금리 조정 여부에 대한 힌트를 줬던 전통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 들어서 한국은행이 통화긴축에 속도를 내며 이 총재의 넥타이 색깔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서 이 총재는 올해 1~7월 5번의 금통위에선 금리동결을 의미하는 녹색,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주로 맸습니다. 실제로 당시에는 기준금리 또한 연 0.5%로 동결을 외쳤습니다.
이 총재가 금리변동을 의미하는 붉은계열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것은, 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던 8월 금통위에서였습니다. 이날 15개월간 동결되던 0.5%의 기준금리도 깨졌죠. 이후 이 총재는 10월 금통위에서도 붉은계열 넥타이를 착용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기준금리는 동결했지만, “11월에 금리를 인상해도 무리 없을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지속적으로 통화긴축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금리를 인상한 11월 금통위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총재가 붉은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끕니다. 이날 금통위에선 금리가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상향조정 됐고, 이로써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제로(0)금리’ 시대도 막을 내렸습니다. 이 총재는 본격적으로 긴축에 속도를 낸 8월 이후 열린 금통위에서 모두 붉은 계열 넥타이를 착용한 것인데요. 추후 내년 1월 14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가 매고 나올 넥타이 색도 궁금해집니다.
이처럼 이 총재의 넥타이 색까지 관심 받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치솟는 물가와 늘어난 가계부채 등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경제 환경 맞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절실한 때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