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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훌쩍 떠나는 겨울바다 여행...강원도 고성의 해변

[여행] 훌쩍 떠나는 겨울바다 여행...강원도 고성의 해변

기사승인 2022. 01. 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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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송지호해변
여름바다가 아이처럼 생기발랄하다면 겨울바다는 연륜이 쌓인 노년에게서 느껴지는 묵직함을 품고 있다. 사진은 송지호해변/ 김성환 기자
고성(강원) 글·사진 김성환 기자 = 마음 어수선할 때 겨울바다 보러 가자. 갯바위에 부딪쳐 깨지는 물보라를 구경하고 우레 같은 파도소리도 들어보자. 눈이 시원해지고 귀도 번쩍 뜨일 거다. 짠내로 깊은 생채기를 소독하면서 마음도 여미자. 어디로 갈까. 새해 벽두에 강원도 고성의 해변이 어울린다. 거긴 동해안 북쪽 끝, 돌아서면 다시 시작이 되는 곳이다. 한 해 버틸 각오가 새로워진다.

여행/ 아야진해변
아야진해변의 갯바위. 몸을 구부리면 미지의 행성처럼 보인다./ 김성환 기자
고성 남쪽 아야진해변에서 북쪽의 통일전망대까지 국도7호선이 해안을 따라간다. 낯익은 해변이 많다. 고성 하면 화진포를 먼저 떠올린다. 동해안 최북단에 자리 잡은 석호(해안사주가 발달해 바다에서 분리된 호수)다. 꽃과 식물이 많은 호숫가 산책로는 쉬엄쉬엄 걷기 좋다. 전망이 장쾌한 화진포해변도 먹먹함을 털어내기에 적당하다. 그 유명한 청간정도 고성에 있다. 송강 정철은 관동지역 유람기 ‘관공별곡’에서 관동지방 8경승지 가운데 하나로 청간정을 꼽았다. 지금은 보수작업 중이지만 주변에선 빼어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뿐이랴. 백사장이 광활한 송지호해변, 해돋이 명소로 이름난 공현진해변도 빼놓기 서운한 곳이다.

아야진해변 역시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여름철 피서지로 잘 알려졌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 소개된 덕에 사진 한 컷을 위해 계절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청춘들이 제법 있다. 해변 에 넓은 갯바위가 인기 스폿이다. 거북이 등처럼 넓고 편평한 바위인데 자세를 살짝 낮춰서 사진을 찍으면 미지의 행성처럼 나온다. 갯바위에 조심스럽게 올라타는 사람도 있다. 멀리서 보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파가 북적일 때는 무심히 지나쳤을 풍경이 한갓진 계절에는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사위가 적요하니 오감이 제대로 열린다. 파도소리 또렷이 들리고 꿈틀대는 파도도 더 잘 보인다. 소란한 여름에는 바다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사람 떠난 겨울에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바다다. 겨울바다! 아야진리(里)는 오래전 구암리로 불렸단다. 다 거북이 닮은 갯바위 때문이다.

여행/ 서낭바위해변
서낭바위해변의 부채바위/ 김성환 기자
여행/능파대
능파대. 화강암 바위에 벌집같은 홈이 빼곡하다./ 김성환 기자
능파대와 서낭바위해변도 ‘인증샷’에 어울린다. 아야진해변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여기도 독특한 바위가 많다. 능파대는 해변과 연결된 화강암 바위섬이다. 그런데 바위마다 벌집 같은 구멍이 빼곡하다. ‘타포니’라는 지형인데 바위에 침투한 염분이 바위를 부식시켜 만들었다. 구멍 숭숭 팬 바위는 ‘곰보바위’로도 불린다. 탐방로도 잘 나 있다. 짧은 구간이지만 기묘한 바위를 가르는 여정이 흥미롭다. 능파대는 ‘파도를 능가하는 돌섬’이라는 의미다. 돌섬을 때리며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 속이 후련해진다.

서낭바위 일대는 아늑한 분위기가 좋다. 송지호해변 가장자리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가면 나온다. 길이가 30m 남짓한 작은 해변인데 뭍으로 움푹 파고 들어 비밀스런 공간처럼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오래전 마을 성황당이 있었다. 여기도 독특한 형태의 바위가 눈에 띈다. 안내판에는 “마그마가 화강암을 뚫고 들어가 규장암으로 굳어졌다. 그래서 화강암과 규장암의 차이가 만든 특이한 경관을 관찰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부채바위’가 가장 돋보인다. 부채를 펼친 모양인데 머리와 기단부분은 화강암, 잘록한 허리 부분은 규장암이란다. 부채바위 배경으로 한 해돋이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올라온다. 직접 가면 사진보다 더 신비한 기운을 감지하게 된다. 가는길도 운치가 있다. 해송이 우거진 조붓한 숲길인데 하얀 등대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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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백섬해상전망대
백섬해상전망대/ 김성환 기자
백섬해상전망대도 사진 잘 나오는 포인트다. 해안도로와 바위섬(백섬)을 연결하는 길이 137m, 최대 높이 25m의 전망 덱이다. 두세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만한 폭을 가진 다리가 바다로 갈수록 서서히 높아지는 형태다. 일부 구간 바닥은 강화유리로 마감됐다. 유리바닥 아래로 바다가 꿈틀거린다. 전망대가 놓인 바위섬은 백섬으로도 불린다. 예전에 갈매기 배설물이 쌓여 하얗게 보였단다. 전망대 끝이 바위섬이라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우렁차다. 겨울바다의 파도소리는 여름과 다르다. 거칠어서 처음에는 무섭다가 시간이 갈수록 연민이 느껴진다. 적요함을 참지 못해 몸부림치는 것 같기도 하고 쓸쓸함에 복받쳐서 흐느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진득하게 듣고 있으면 마음이 순해진다. 겨울바다가 애틋한 이유는 평소와 다른 파도소리 때문일지 모를 일이다.

여행/ 통일전망대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본 금강산 구선봉/ 김성환 기자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마지막에 고성 통일전망대에 닿는다. 여긴 들머리부터 가슴이 뛰는 곳이다. 통일안보공원 출입신고소에서 출입신고를 해야한다. 출입증을 받아 검문소를 통과해야 닿는다. 통일안보공원에서 통일전망대까지는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 방문 당일 신청 가능하고 자가용을 가져갈 수 있다. 통일전망대에선 북녘 금강산의 끝줄기인 구선봉, 해금강이 훤히 보인다. 맑은 날에는 옥녀봉, 채하봉, 일출봉 등도 보인단다. 2004년 12월 개통한 동해선 남북연결도로도 눈에 들어온다. 분단은 먹먹한 현실이지만 여기선 남녘의 바다와 북녘의 바다가 경계 없이 어우러진다.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한국전쟁박물관이나 DMZ(비무장지대) 박물관은 모두 입장료가 무료다. DMZ 박물관이 볼만하다. DMZ의 역사와 생태환경 등을 전시물이나 영상물로 잘 보여준다. 강원도 철원의 노동당사 건물 등도 재현해 뒀다.

벽두에 ‘끝’을 찾아 떠나는 것은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의 발로다. 여름바다가 아이처럼 생기발랄하다면 겨울바다는 삶을 억척스럽게 버틴 노년의 묵직함을 품고 있다. 헛헛함을 채우려면 여름바다가 좋고 뭔가 내려 놓으려면 겨울바다가 어울린다. 빈자리가 생겨야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다. 겨울바다는 비울 수 있고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다. 고성은 멀지도 않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2시간여 만에 고성 땅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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