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구형 반도체 아이러니…삼성전자, TSMC 추격 올해도 힘 부친다

구형 반도체 아이러니…삼성전자, TSMC 추격 올해도 힘 부친다

기사승인 2022. 01. 17. 19:2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TSMC, 첨단뿐 아니라 구형 반도체 호황…작년 실적 호조
삼성전자, 첨단 주력…"시장 점유율 높이기 구조적 한계"
"시간 걸리지만 기술력으로 승부…3·2나노 치고 나가야"
basic_2021
삼성전자의 TSMC 추격이 예상보다 더 험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3나노(nm, 10억분의 1m) 등 첨단공정을 선점하며 TSMC와 진검승부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차량용 반도체 등 구형(레거시) 공정 반도체 품귀로 구형부터 첨단까지 전 공정을 갖춘 TSMC가 탄탄한 실적을 내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에서 3배 가량 차이를 보이는 만큼 최첨단 공정 선점 외에 구조적인 개선 등으로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고객 제품을 생산만 하는 TSMC와 달리 고객사가 경쟁사이기도 한 삼성전자의 구조적인 한계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TSMC, 90나노 구형 반도체 매출 5년 만에 껑충
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지난 한해 매출 약 68조원(1조5874억 대만달러), 영업이익 28조원(6450억 대만달러)을 올렸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19%, 14% 상승했다.

업계는 TSMC가 5나노, 7나노 등 첨단 공정뿐 아니라 40~90나노 같은 구형 공정 반도체 매출이 최근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90나노 이상 반도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조4000억원 수준으로 4분기 전체 매출액(약 18조 8000억원)의 13%을 차지한다. TSMC의 90나노 이상 반도체 매출액이 2조 4000억원에 이른 것은 2016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90나노 이상 반도체는 한때 2조 5000억원 이상의 매출로 TSMC 전체 매출액의 25%까지 차지했지만, 이후 10나노 이하 공정이 개발되고 관련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매출 비중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들어가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C) 등 구형 공정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세트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구형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구형 반도체의 부족현상 등을 이야기하며 “이젠 최첨단 공정의 생산능력(CAPA)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뒤따라가는 공정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3나노 품질 앞서고 대형 투자 이어가면 격차 줄일 수”
삼성전자의 TSMC 추격에 힘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1%, 삼성전자가 17.1%를 차지했다.

구형부터 첨단공정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TSMC는 삼성전자에 높은 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AP 같은 첨단 칩이 있어도 레거시 반도체가 없어서 완제품을 못 만드는 상황”이라며 “구형부터 첨단 제품까지 모두 탄탄하게 갖춘 TSMC가 시장을 더 확장하기 유리한 상황인 점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TSMC가 고객의 의로를 받아 오로지 생산만을 하는 것과 달리 고객사와 경쟁하는 것도 구조적 한계라는 지적이 많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뿐 아니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완제품도 생산하기 때문에 시장 확장에 고객사가 이를 불편히 여기고, 결국 시장 확장에 장애물이 된다는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하지만, 업계에서 끊임없이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결국 구형 반도체도 성능 향상을 위해 첨단 공정으로 이동해야하는 만큼,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선점 전략은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삼성전자가 양산하는 3나노 제품이 TSMC 제품보다 좋고, 여기에 대형 투자가 동반된다면 TSMC와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