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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캄보디아 초등학교 건립...한 명의 자비심이 만인 움직여”

[인터뷰]“캄보디아 초등학교 건립...한 명의 자비심이 만인 움직여”

기사승인 2022. 01. 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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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스님/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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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비로자나국제선원 1층 갤러리 까루나에서 인터뷰 중인 자우스님./사진=황의중 기자
캄보디아 깡촌 아이들의 인생을 바꾼 스님이 있다. 씨엠립주에 ‘카우쿡 비로자나 초등학교’ 건립 불사를 추진 중인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스님이다. 도반(수행 동료)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눈덩이 굴러가듯 커졌다. 교육받지 못하고 거친 세상에 남겨질 뻔했던 380여 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

“보시가 깨끗하고 아름다우려면 믿음이 있어야 해요, 상대와 지원하는 단체가 일을 제대로 한다는 것에 대한 확실한 신뢰가 있어야죠.”

최근 서울 서대문구 비로자나국제선원 1층에서 만난 자우스님은 캄보디아 학교 건립이 난관을 뚫고 진척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후원이 제대로 쓰인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며 기부에 대한 의심과 경계의 시선이 커진 상황이다. 자우스님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믿음’은 기부를 받는 단체나 기부자 모두에게 울림이 되는 단어였다.

◇캄보디아 오지 마을의 구원 요청...이심전심의 기적

자우스님이 카우쿡 초등학교 건립에 발 벗고 나선 계기는 충남 공주의 동학사 승가대학 동문인 선문스님의 지원 요청 때문이었다. 선문스님은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로터스월드’ 캄보디아 지부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 승려들의 탁발(근처 마을에서 음식을 기부받는 행위)이 금지되면서 어려움에 부닥친 승려를 돕기 위해 후원금을 모집하던 중 카우쿡 마을 아이들이 초등학교가 너무 멀어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카우쿡 마을은 초등학교와 6㎞ 떨어져 있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없는 집의 아이들 대부분은 초등교육을 포기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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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쿡 마을에 사는 어린 아이들 모습./제공=비로자나국제선원
후원이 점점 어려워지자 안타까운 마음에 선문스님은 마지막으로 도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선문스님은 5년간 후원자를 찾아해맸어요. 카우쿡 마을은 규모가 너무 작아 기업이 후원금을 내기가 어려운 곳이었죠. 누군가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내야 했어요. 나는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면 인연이 다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몇년이 걸리든 해보는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모금활동이 예상을 뛰어 넘었어요. 이게 부처님의 가피(가호)인가 느낄 정도로 빨리 돈이 모였어요.”

실제로 불사에는 예상 밖의 후원자들이 나타났다. 친구 따라 비로자나국제선원을 처음 찾은 한 여성 신도는 모금 취지를 듣고 몇백만원을 쾌척했다. 얘기를 전해 들은 이 여성 신도의 남편 역시 1000만원을 흔쾌히 후원했다. 이런 식으로 불과 몇달만에 5000만원 이상 모였다. 이를 기반으로 작년 9월초 학교 건설 공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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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7일 캄보디아 카우쿡 마을의 장로들과 책임자들이 ‘카우쿡 비로자나 초등학교’ 건립 착공식을 하는 모습./제공=비로자나국제선원
공사는 순탄치 않았다.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가 포장이 안 된 탓에 우기에는 자재를 실은 트럭이 진창에 빠지기 일쑤였다. 지반이 약해 공사가 중단되는 일도 잦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질 때도 공사는 중단됐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는 오는 21일 완공돼 다음달 1일부터 수업이 시작된다. 150명의 아이들이 입학하게 된다. 캄보디아 교육청은 학교가 준공되면 교사를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학교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학교에 필요한 책상이나 학용품 구입 등 돈 들어갈 일이 계속 나와요. 지금도 후원금을 모으고 있지만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이번 일로 큰 공부를 했어요. 카우쿡 비로자나 초등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후원자들의 마음수행의 결정체에요.”

◇화엄사상의 실천은 ‘믿음’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

자우스님이 후원금을 처음으로 모은 건 화엄경 사경·강좌 수강생들이였다. 화엄경에서는 사섭법(四攝法)을 중시여긴다. 상대를 위해 나누고 같이 슬퍼하고 아껴주는 일체의 행위가 사섭법이다. 캄보디아 학교 건립은 사섭법 실천의 산물인 셈이다. 그래서 인터뷰 중 서로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화엄사상을 강조했다

“이번 일로 자비심이 모든 걸 이룬다고 느꼈습니다. 도반이 마을의 사정을 안타깝게 느꼈고 그 마음이 내게 전해진 거죠.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 것이에요. 이번 일로 금강경의 공(空)을 배웠고 염화미소의 이심전심을 체험했어요. 한 사람의 자비심인 작은 촛불이 나에게 전해졌고 다시 각 사람의 마음 촛불을 키운 셈이에요.“

자우스님은 우리사회에서 필요한 덕목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 ‘내가 먼저 상대가 믿을 수 있는 행동하는 것’을 꼽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은 상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영어로 불법을 전하는 ‘영어 담마캠프’를 13년 동안 운영하며 1000여명의 어린이들을 교육해왔다. 이 때문에 아이를 상담한 경험이 많아요. 부모들이 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기보다 부모가 바라는 틀에 가두는 경향이 많아요. 싸우는 아이도 말해보면 다 이유가 있죠.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살피는 게 중요해요. 사회인이 가져야할 덕목 역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대화에요. 존재를 소중히 여기면서 존재의 소리를 들어야 해요. 그 언행 밑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 그게 바로 연기법에 근거한 실천이에요.”

자우스님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사람들에게 ‘인연에서 마주친 상대를 인정할 것’ ‘상대를 믿을 것’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등 세 가지를 당부했다. 카우쿡 마을의 기적도 이 세 가지에 뿌리를 둔 것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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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을 눈앞에 둔 카우쿡 비로자나 초등학교 모습./제공=비로자나국제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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