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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공기업 경평 시즌…공기업들, 성과 홍보에만 ‘올인’

다가온 공기업 경평 시즌…공기업들, 성과 홍보에만 ‘올인’

기사승인 2022. 01.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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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관계자 "공기업 업무, 경평에 맞추는 것은 당연"
공기업들, 경평 대비용 TF팀도 신설…그 사이 업무는 '공백'
전문가 "경평은 구시대적인 제도…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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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공기업 경영평가가 오는 2월로 다가오면서 공공기관들이 관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평에 몰두한 나머지 업무 공백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올해도 반복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현 경평 제도는 공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오히려 비효율화만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평가라는 벽에 부딪혀 각종 제약에 걸리거나 수동적인 태도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24일 공기업 업계에 따르면 다수 공공기관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성과 강조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진행되는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경평 시즌이 되면 각 부서에서 차출된 직원들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다”며 “보통 전년도 11월부터 팀을 구성, 올해 초 안으로 지표를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전했다. 특히 작은 규모의 공공기관의 경우 TF팀으로 인력이 소진돼 업무 공백이 크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애초부터 공기업의 업무 구조는 정부의 경평 기준에 맞춰 설계돼 있다. 정부 정책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공기업의 특성인 만큼 부처의 방침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평가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각 공기업마다 성과관리부가 따로 있다”면서 “모든 업무는 정부의 경평에 맞춰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평 시즌이 되면 공기업들은 성과 자랑 홍보에 더 집중한다. 실제로 다수 공기업들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발표를 비롯해 안전관리에 경영진이 매진하고 있다는 등 정부 기조에 잘 따르고 있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또 각종 시책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지 못한 공기업은 대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와 2050 탄소중립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앞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공기업 경영평가 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사회 수준을 봤을 때 경영평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정보 공개가 가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획일적인 경영평가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줄세우기식의 평가도 지적된다. 김 교수는 “각기 다른 수백개의 공공기관을 획일적인 방식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며 “누가봐도 부자연스럽다”고 꼬집었다. 각 기관의 업종·특성·강점·상황도 다른데도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개입 및 판단해 순위를 매기는 것은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김 교수는 “공기업의 경영 기획실은 진정한 의미의 경영 전략을 짜는 대신 경평 전략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평은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한다”며 “이미 기득권화된 평가 방식은 국민의 기대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공공기관 경영에 대한 평가는 올해 2월 사전평가와 3월 서면평가, 4월 현장실사 및 5~6월 평정·검증을 거쳐 6월 20일 전에 결과를 발표된다. 당초 2월말 평가단을 구성해 3월중 평가에 들어간 것과 비교해 1달 정도 더 빨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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